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치권이 앞다퉈 선박 안전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19대 국회에 제출된 선박 안전 관련 법안 중 절반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다. ‘뒷북 대응’이란 비판에도 여야가 입법에 열을 올리는 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면피용 심산은 아닌지 의심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입법으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입법 만능주의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21일 선박 인명사고 시 선장에게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선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업자와 선원이 인명구조 조치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법안도 내놨다.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논란이 된 ‘해양수산부 마피아’ 근절과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3000톤급 이상의 선박에 대해 항해자료 기록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선박안전관리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각종 안전사고가 법이 없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일선 기관이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면 법을 아무리 엄중하게 한들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도 검사 기관의 문제점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정부로부터 선박안전검사 업무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대한 부실 안전검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세월호의 여객실 증축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지만, 선박 안전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려 이번 사고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와의 유착 관계다. 해수부 출신들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된 한국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 등의 기관에 대거 포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해피아’로 불리는 해수부, 해운업계의 유착 고리는 이번에 일부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어떤 법을 세우든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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