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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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객선은 가라앉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300여 명의 사망자, 실종자가 나왔지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지 아직도 기약이 없다. 세월호만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 있던 양심과 상식 그리고 신뢰마저 가라앉아버렸다. 도대체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많이 우리 이웃이, 우리 아이들이 울부짖고 고통을 받아야 나라의 근본이 바로잡힐 것인가. 모든 것이 뒤틀려버렸다. 무책임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과 부패한 권력의 방종, 기본도 안 되는 군상들의 언행이 치를 떨게 한다. 2014년 4월 오늘의 대한민국, 부끄러워해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머리를 숙여야 한다.

부패한 관료와 천박한 자본의 결탁

역시 리더인 선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이준석 선장만 중심을 잡았다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승객들을 나몰라하고, 어린 아이들을 물속에 남겨둔 채 제 한 몸 살겠다고 먼저 탈출한 선장 앞에서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른 항해사들도 있었다.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선장의 길’을 직언하며 선장의 옷깃을 잡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참으로 불행하지만 그들도 선장과 마찬가지였다. 맨 먼저 구조선을 타고 탈출하는 그들은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더 이상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승무원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쓴소리조차 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천재(天災), 인재(人災)를 넘어 관재(官災)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낡은 여객선이 국내에서 증축도 하고 독점 영업까지 할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관료들이 도왔겠는가. 46개의 구명벌(Liferaft) 가운데 펴진 것이 한 개 뿐일 때, 그간 얼마나 많은 관료들이 뒷돈을 챙겼겠는가. 제대로 된 검사나 점검을 받아야 할 때 또 얼마나 많은 전‧현직 관료들이 앞장서 보호막을 쳐 줬겠는가. 부패한 관료와 천박한 자본이 결탁한 대형 참사, 세월호가 그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세월호는 이미 구조적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운명만 계속 연장됐을 뿐이다. 부패한 관료들이 시간을 늦춰주고 기본도 안 되는 승무원들이 침묵하는 사이, 천박한 자본은 뒷배경을 발판으로 오직 돈벌이에만 몰두한 것이다. 그 결과 죄 없는 우리 아이들만 그 깊고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를 부르짖으며 목숨을 잃은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원통하고 비통하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세월호 같은 운명이 곳곳에 널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온갖 추악한 모습들, 그것은 대한민국의 외피나 곁가지가 아니라 속살이다. 참담할 정도로 슬픈 우리 내면의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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