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 위원

 
세계 1위의 선박건조국인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된 일본 선박을 헐값에 사다가 이런 해선참사를 일으켰다는 것은 한심하고 자존심도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는 탑승인원 476명 중에 174명은 구조되었으나 302명은 사망 또는 실종되어 안타까운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역사상 최악의 선박 인명사고이다.

사고를 들여다보면 사고가 발생한 순간부터 위기관리 조치가 상식을 초월한 무책임한 실수투성이라는 것이 무선통신교신내용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배가 기울기 시작한 8시 52분부터 골든타임(황금시간대)에 1시간 동안을 선실에 갇힌 300여 명의 대피와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승무원 15명은 책무를 내팽개치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9시 50분에 해경구조선박으로 도망쳤다하니 인면수심의 살인마들이라 할 것이다. 특히 선장이라는 자는 수많은 승객의 생사가 달린 순간에 책임과 윤리를 저버리고 뻔뻔하게도 먼저 살겠다고 뺑소니친 것은 외신(外信)의 말대로 ‘악마’라고 불려도 부족함이 있는 ‘살인마’이다. 더욱이 선실에 있는 승객들에게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니 승객들은 방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8시 55분부터 9시 05분까지 10여 회 반복해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방송의 지시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위험의 순간에도 객실에 머물게 만든 것은 고의적인 살인행위나 다름없다고 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사고를 통해 ‘대한민국호’라는 더 큰 배를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1950년 6.25 전쟁 시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국가가 위태로울 때, 국방장관이라는 자가 대통령에게 “점심을 평양에서 먹고, 저녁을 신의주에서 먹게 됩니다”라고 헛소리를 하다가 3일 만에 서울을 뺏기고 남으로 패퇴했었던 악몽이 있다. 당시 서울시민은 거짓방송을 믿고 피난도 못간 채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납북이 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책임 있는 자들의 배임행위에서 비롯된 인재인 것이다.

자고로 전쟁이라는 것은 적에 의해 알지 못하는 시간에, 알지 못하는 장소로,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기습공격이 시작된다. 초전에 전장상황을 장악하지 못하면 주도권 상실로 이어지면서 패전의 위기로 몰리는 것이 전사의 교훈이다. 그래서 전쟁은 초전 3일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구분한다.

유사시 세월호 조난사고처럼 허둥지둥 당황하거나 결정적인 시간을 놓치면 ‘대한민국호’에 닥칠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국가안보의 악몽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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