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 위원
동서고금에 일국의 재상(宰相)은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 하여 그 권위를 칭송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무총리(國務總理)라는 자리는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과거에도 국무총리의 뒷모습은 늘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헌법적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무에 소신을 발휘하기에 제한이 많고, 심지어는 일개 장관보다도 존재적 의미가 부실한 바가 없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래로 국가기관이 보여준 여러 가지 무능한 국정의 난맥상은 사실 그 책임의 소재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있다기보다는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에 있는 것이 정확한 해석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시는 바와 같이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국가의 정무를 일일이 챙기기에는 국가의 업무가 내외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장돼 있고,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업무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관점에서 내치에 관해 국무총리가 책임지는 국가경영이 합리적인 것이다. 성공하는 리더의 리더십에는 권한의 집중이 아니라 위임에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5일,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45일, 안대희 후보자가 사퇴한 지 14일 만에 새 총리로 문창극(66) 전 언론인이 지명을 받았다.
국민이 주시하는 새 총리의 인품으로는 국민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언행과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부드러운 조정의 역할과 국민 안전을 불철주야 철저히 챙기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행정능력과 남북상치와 격변하는 동북아의 정세 속에서 확고한 안보관의 소유자이기를 바라는 바이다. 안보 없는 국가는 사상누각 아닌가?
더욱이 ‘국가개조’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절체절명의 국정개혁 과제를 내치(內治)로 뒷받침해야하는 새 총리는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가 맡겨지는 중차대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민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국민의사의 표현은 지난 6.4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이제 새 국무총리의 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명재상이 등장해 국민의 눈물을 씻어주고, 국가사회적 안전을 확고히 하며, 국가안보적 불안을 말끔히 해소해주기를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