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새정치연합의 기초공천제 폐지당론이 당내에서조차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권파를 제외한 구 친노계 인사들은 기초공천제 폐지를 재고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기초단체의 무공천을 수하(手下) 장수들을 사지로 모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비유하면서 결단을 요구했고 정청래 의원은 당과 3000명의 후보를 살리는 길은 안철수 대표의 양보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박지원 의원은 정당은 공천하기 위해 있으며 공천을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새정치연합의 사정이 이런 가운데 양승조, 신경민, 우원식 의원 등은 서울시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내 혁신모임이라는 동아리는 국회 본관 중앙 홀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때 장외투쟁을 지양하고 민생정치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안철수 대표는 청와대를 방문해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기초단체의 무공천을 촉구하려는 의도지만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통법부의 수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기초단체의 공천은 현행법대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안철수 대표의 대통령 면담요청이 불발되면 선거보이콧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민병두 의원도 같은 취지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선거보이콧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선거보이콧에 나선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자명하다. 새정치연합의 존립에 커다란 위해가 될 것으로 본다.

신경민 의원은 무공천이 새정치의 대표 브랜드가 아니라 허접한 결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무공천을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산하라는 극언을 할 정도이다. 선거현장에서 뛰고 있는 새정치연합 소속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후보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비참한 상황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상황이 이렇게 되는 정도면 안철수 대표도 자신의 소신을 꺾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은 후보공천을 할 준비가 되어있고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은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선거의 결과는 자명한 일이다. 공천을 받지 못한 새정치연합 소속의 후보들은 새정치연합의 소속임을 밝히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 안철수, 김한길 대표의 초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든지 야당의원들과 함께 다니며 표를 얻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할 것이면 차라리 공천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자조와 불만이 생길 것이다. 지자체 선거가 시작되고 기초단체에 대해서는 무공천 제도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공천제도로 바뀌게 된 것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한다. 새 정치가 무공천이라면 이미 오래 전에 새 정치를 해왔다가 구태정치로 바꿨다는 말이 된다.

진보당의 심상정 의원은 국회대표 연설에서 기초정당공천제 폐지는 ‘새 정치’가 아니라 책임정치를 포기하는 ‘반(反)정치’라고 하면서 창당 일성(一聲)으로 민생 중심 정치를 천명해 놓고선 지금은 정당공천제 폐지 정쟁에 모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초단체의 무공천이 새 정치라는 안철수 대표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