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지금까지 안철수 의원의 행보를 보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이 많았다.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그에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안철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언론도 많았고 많은 정치평론가들도 안철수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자제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적인 정치평론가들은 처음부터 안철수에 대해서는 신뢰감을 가질 수 없다는 논조를 유지해왔다.

안철수가 새로운 당을 만들어서 이번 선거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지지율로 인하여 앞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로 많았다. 안철수 후보가 절대로 신당을 창당하지 못할 것이며 민주당과 통합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철수와 그의 측근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자체 선거에 민주당과 손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런 말도 꺼내지 말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손잡고 갈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은 새정치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도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안철수의 새정치를 믿었고 결코 중도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되었다.

안철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는 괴상한 논리를 펴고 있지만 여론은 사슴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조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구름위에서 신선놀음을 하다가 현실로 돌아왔다고 평가하는 국민들이 많다. 현실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니 뒤늦게 깨달았으면 다행스런 일이다. 안철수는 정치의 매카니즘도 모르고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해서 비현실적인 주장과 행태를 보여 왔다는 말이다.

안철수가 보여준 진실되지 못한 발언과 행동이 진실로 포장되어 믿게끔 만든 죄가 국민정서에 미친 해악이라면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 안철수에 대해서 잘못된 평론을 하고 잘못된 예상보도를 했으니 국민들을 기만한 죄를 받아야 마땅하다. 안철수의 행보가 바뀔 때마다 그를 칭송하고 받들어 모신 언론과 국민들은 지금의 사태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

해명은커녕 또 안철수가 바람직한 행위를 했다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은 원칙이나 정의를 생각해 본적도 없는 사람들인가 보다. 그저 안철수가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이 정도이고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신줄을 놓고 있는 사람이거나 안철수의 사생팬임에 틀림없다. 최소한 말 바꾸기에 대한 잘못은 지적해야 옳은 일이다.

안철수의 행동에 대해 꾸짖거나 야단을 칠 원로나 언론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를 코메디로 만들고 정치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자에게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안철수 의원은 그동안 자신이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현실정치에 대한 이해부족에 대해서, 또 말로만 해왔던 새정치에 대해서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부터 해야 할 일이다.

정당설립에는 돈이 들어가고 정당이 해산을 하면 국고보조금을 포기해야 하고 정당공천이 없으면 비례대표구성도 무효가 되고 여성의 선거직 공무원 진출도 어려워진다. 또 당원이면 당적을 이탈하여 출마하거나 당적을 갖고 있어도 정당표방을 못하는 선거법도 고려했어야 한다. 여러 가지 고려도 없이 무턱대고 정당공천제 폐지가 절대 선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새정치를 한다면서 지분을 나누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구태정치의 모습인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과 협상과정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그래서 합당구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임시방편으로 민주당과 새 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지자체 선거가 끝나면 혼돈 속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안철수는 돈과 사람과 조직이 갖춰지지 않아서 새정치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노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신당에 모든 것을 걸고 합류할 유명인사가 없었다는 점이 새정치 신당을 만들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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