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군의 전략로켓사령부 사령관 김낙겸은 얼마 전 중장에서 상장으로 별을 하나 더 달았다. 이는 단지 김낙겸의 승진이 아니라 전략로켓사령부의 승진이라 할 수 있다. 육해공군과 나란히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김정은은 북한 육군과 해군 등의 열악한 실정을 잘 알고 있기에 이제 전략로켓사령부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군사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이렇게 장거리 무기들이 발사되면 그 장면들은 모두 영상물로 제작되어 북한군 간부들과 당 간부들에게 교양자료로 보여준다.
일반 군대를 좀 줄여도 전쟁을 걱정 말라는 메시지다. 또 하나 더 이제 재래식로켓이 된 프로그 로켓은 재고정리를 해야 하는 단계를 넘어서 있다. 마침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 쏘아버리면 일거양득이 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째 단거리 발사체를 연속적으로 발사하는 데는 자체 동계훈련과 무력시위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지만 취약시간대에 발사하는 행태만 놓고 본다면 그런 분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오후 6시 20분부터 9시 32분까지 세 차례, 22일에는 오전 4시부터 6시 10분까지 세 차례, 23일은 오전 0시 52분부터 2시 31분까지 두 차례 각각 지대지 로켓인 ‘프로그(FROG)’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다. 특히 16일부터는 강원도 원산 인근 갈마반도에 전개된 10여 대의 발사 차량 중 일부가 인근 나무숲에 숨거나 원산 시내로 이동하는 등 한미 첩보망을 교란하는 듯한 전술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초에도 평양에서 원산으로 이동해 한 달간 배치한 사거리 3천㎞에 달하는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의 발사 차량을 이런 전술에 활용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발사 차량을 격납고로 숨기거나 갑자기 발사대를 세우는 등의 행동을 반복했고, 이는 미사일 동향을 관측하는 한미 군당국의 피로감을 높이고 정보를 교란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또 최근 일주일 사이 71발의 프로그 로켓 추정 발사체를 쏘고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총 88발의 여러 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도 특이한 일이다. 사거리 60∼70㎞의 프로그 추정 로켓은 이날 16발에 앞서 16일 25발, 22일 30발 등이 동원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유 중인 프로그 로켓 100여 발 중 일주일 만에 70%가량이 소진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프로그 로켓을 올해 처음 발사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세스나’로 추정되는 경비행기를 이용해 로켓 발사지역인 원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곧이어 4월 9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가 소집돼 명실공히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다. 김정은으로선 군부에서 노동당으로 권력을 이동시킨 자신감의 바탕 위에서 이제 군축을 단행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이번 신정권 조각에 담아내려 할 것이다. 당연히 강경 군부를 설득할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전략로켓사령부 하나만으로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으니 걱정들 묶어 두시오. 바로 이것이 이번 로켓발사의 북한 내재적 논리로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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