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2차 대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이산의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점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6.25전쟁과 분단으로 60년이 넘게 생이별한 사연은 생각만 해도 있을 수 없는 비극이다. 이미 가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이산가족이 신청자 통계로 5만 7784명이나 된다. 상봉 신청자 중 현재 7만 1480명만 생존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3년 이후 이산가족 사망자수는 매년 3800여 명에 달하지만 상봉자수는 1600여 명에 불과하다”며 결국 22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산가족이 20년 내에 대부분 사망하고 70대 이상 고령층은 10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모든 생존자가 북측가족을 만나려면 해마다 상봉자를 66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상봉에서도 보여주듯 1차 상봉자들 90세 이상은 25명인데 모두 남쪽에서 올라간 분들이다. 북한은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우리보다 수명이 훨씬 짧기 때문에 90세 이상 고령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에서 이산가족은 수난자의 세월을 살아왔으니 다른 주민들에 비해 수명이 더욱 짧은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100명도 안 되는 규모로 찔끔찔끔 상봉행사를 치르면 이산의 아픔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대책을 획기적으로 세워야한다. 우선 횟수를 크게 늘리고 면회 장소도 금강산호텔뿐만 아니라 판문점, 나아가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DMZ 내 세계평화공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1회성 이벤트를 벗어나 상시화를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은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은 물론 자유로운 서신 교과 영상 상봉, 고향 방문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의 대상자 ‘추첨’ 선정 방법도 ‘고령자 우선’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한 7만여 이산가족이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 반드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언젠가는 남북이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인도적 차원에서 독일이 추구한 ‘접근을 통한 통일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통일을 위해 ‘자금’을 풀었다. 방송과 기타 자유민주주의 선전공세에도 돈을 많이 썼지만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동원해 동족의 정치범을 데려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 북한은 우리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쌀과 비료는 총폭탄보다 더 강하다’는 말은 어떤가. ‘이데올로기는 피보다 진하다’고 했지만 오늘 남북한 사이에 이데올로기는 큰 장벽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실리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우리는 현재의 이산가족 상봉을 대한민국 문화융성의 한 장르로 승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분단 60년 만에 만나는 혈육들의 상봉은 그 자체로 대본 없는 대하드라마다. 일본은 가미카제 특공대마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한다지 않는가.

정부는 통일대박론을 선언한 이상 북한을 동토 밖으로 끌어내는 노력을 과감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들은 분단과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가장 통일을 갈망하는 핵심세력들이다. 이들을 통해 북한에 우리의 문화를 전파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여야 할 것이다. 21세기 그토록 눈물이 바다를 이루는 문화재부는 다시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한가하게 이산가족들의 절규를 감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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