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보수한도 결정시 주주 간 신경전 벌이기도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14일 삼성전자 제45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배당금을 놓고 권오현 부회장(대표이사)과 소액주주 간 입씨름이 벌어졌다. 이사 보수한도에 대해서는 주주들 간에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이날 의장을 맡은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가 인사말을 마치고 이인호 감사위원장이 감사보고를 진행하던 중 2446번 소액주주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에 권오현 부회장은 “주총에서는 제가 의장이다. 적당한 상황에 질문기회 드리겠다”며 저지에 나섰다.
이에 따라 감사보고와 영업보고 후 제1호 의안(제45기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등 재무제표 승인의 건) 상정 후 주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에 이 소액주주가 발언권을 얻었다.
그는 “집행부에 있는 내용과 감사 내용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아 (발언을) 요청 드렸었다”고 항의하며, 삼성이 준비한 영업보고서 유인물의 내용을 지적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항을 볼 수 없는 만큼 주석을 달아야 하는데 주석이 없다”며 “돈의 흐름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상정한 주주배당금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매출이나 이익은 만족스럽지만 배당에는 불만이 있다”며 “대한민국 최고 회사인 만큼 배당도 뛰어나야하는데 배당이 이게 뭐냐. 이익이 많이 났으면 배당도 많이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또 “이번에 이사보수 한도를 올리면서 임원이나 집행부 이사들은 보수가 많이 올라감에도 개인주주는 별로 소득이 없다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개인 주주도 질의할 수 있게 발언권을 달라”며 앞서 발언권을 저지한 권 부회장의 행동을 꼬집기도 했다. 발언을 마치자 주총장 곳곳에서 주주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에 권오현 부회장은 “오해다. 의사 진행을 방해한 것은 아니다”며 “영업보고나 감사보고는 국내・외 글로벌 스탠드에 맞춰 준비했고, 부족한 내용을 나중에 알려주면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주주배당금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IT 산업은 굉장히 급변하는 산업이라며 특성상 적절한 시기에 R&D 투자를 결정해야 하고,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든다. 또 가진 기술 외에 M&A도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해서 결정했고 경영진이 목표로 하는 것은 단기적인 배당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관점이다. 이게 궁극적으로 주주 환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지속 성장에 기반을 두고 배당을 하고 있다”며 “불만족스럽겠지만 배당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 실적이 좋아야 한다. 유보한 현금을 잘 활용해서 삼성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당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긴 했지만 1호 안건이 원안대로 상정되면서 배당금은 1주당(보통주) 1만 3800원으로 확정됐다.
이어 2번째 안건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하는 과정에서는 주주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2014년 이사 보수한도를 2013년보다 100억 원 많은 480억 원(일반보수 300억 원, 장기성과보수 180억 원)으로 올리는 안건이 상정되자 한 여성 주주는 “이만큼 주가 좋고 실적 좋은 회사에서 이사 보수 이정도 받아도 아깝지 않다”며 “전액 다 집행해도 뭐라할 사람 없다. 원안대로 승인하는데 정식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박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앞서 주주배당에 불만을 표했던 주주는 “총 9명(등기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이 480억 원을 받는다면 엄청난 것”이라며 “대한민국 어디도 이렇게 많이 받는 이사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개정에 따라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이사의 급여가 주총에서 공개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1~2013년 등기이사 성과에 대한 보상은 2014~2016년까지 3년간 50%, 25%, 25%씩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이사보수한도가 예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반보수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300억 원으로 변동이 없고 장기성과보수만 오른 것이기 때문에 크게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사 보수 공개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가지 작업 중에 있고 법적 검토를 거쳐 3월 말 사업보고서를 통해 개인들의 보수 내역이 발표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사내이사는 권 부회장을 포함해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4명이다. 사외이사는 이인호 전 신한은행 은행장, 김한중 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송광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병기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등 5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