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30%로 줄고 재고에 추가 마케팅 비용까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이미 결론 났는데. 이제 뭐라 할 말이 없죠.” “정부에서 처벌하겠다는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반항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습니다.”

유례없는 이동통신사 최장기간 ‘영업정지’ 처벌로 단말기 제조 업계가 한숨을 짓고 있다. 이미 정부가 영업정지를 예고하면서부터 이통사보다 제조사가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은 이어졌다. 실제 처벌이 발표되자 제조사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제조 업계가 이처럼 한숨을 짓는 이유는 통신사는 서비스 판매자이고 제조사는 제품 판매자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신규 서비스를 팔지 못하더라도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규모는 줄어들 수 있어도 기존 가입자를 통해 매달 일정 수익이 발생한다. 게다가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던 마케팅 비용마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제조사의 상황은 다르다. 기존 시장의 규모에 맞게 생산해 놓은 제품이 외부 요인으로 판매되지 않다보니 이는 고스란히 ‘재고’가 된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생산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한푼도 건질 수 없다.

따라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는 해외 판매로 돌리든지 국내에서 해소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펴야 한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통신사처럼 기존 고객을 통해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수익도 없다.

파손의 경우나 24개월 이상 사용자에 한해 기기변경을 허용하긴 했지만 국내 사용자들의 휴대폰 교체주기가 1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통한 판매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조사들의 피해를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지만, 업계는 이번 영업정지 기간 국내 시장이 평소의 30% 정도로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처벌 전에는 영업일 수 감소나 기기변경 허용 등을 기대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미 결론이 내려졌으니 절망적일 것”이라며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매출 타격을 받는 건 삼성이든 팬택이든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사의 신제품들도 피해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4월 11일 일정대로 갤럭시S5를 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판매량 타격은 불가피하다. 앞서 차기작 G프로2를 선보인 LG전자도 한 달간 국내 판매를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워크아웃 후 1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던 팬택은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4월 말에서 5월 초 출시를 예정하던 ‘베가 아이언2’의 출시 일정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팬택은 영업정지를 마치고 제품을 공개하는 것과 예정대로 출시하는 것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