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복되는 ‘영업정지’ 실효성 의문… 이번엔 효력있나

불법보조금 지급 악순환
실질적 처분 방안 내놔야
통신료 강제인하 처벌 등
새 처벌 방식 검토 필요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이통3사에 역대 최고 수위인 ‘45’일 영업정지가 내려지면서 통신시장엔 폭풍전야 기운이 감돌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일 불법보조금 관련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오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45일 사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 기간 신규 단말기 가입은 물론 기기변경도 하지 못하게 된다.

◆영업정지 앞둔 통신시장 조용?
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가 영업정지를 앞두고 보조금 지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휴대폰 온오프라인 시장에선 여전히 불법보조금을 실어 판매하고 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100만 원대를 육박하는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3를 50만 원에, G2를 40만 원에 판매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 27만 원을 훌쩍 넘는 50만~6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청파동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211대란’이나 ‘226대란’때처럼 80만~90만 원의 보조금을 싣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며 “다음 주가 되면 휴대폰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휴대폰 온라인 사이트에도 갤럭시S4 LTE-A를 24만 원에, G2를 17만~23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출고가를 감안하면 60만~7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살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판매점‧대리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조금 전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통신사 대리점은 “(보조금 살포로) 영업정지 받은 건데 당분간 보조금을 많이 뿌리진 않을 것 같다”면서 “‘대란’이라는 말이 또 다시 나오긴 하지만 뜬소문에 불과하다. 다음 주에도 보조금이 안 풀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현재까진 잠잠하다”면서 “다음 주엔 하루 3~4시간만 반짝 보조금이 확 풀릴 수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다른 판매점도 “갤럭시노트3 등은 보조금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며 “예전엔 ‘보조금이 좋아질 것이다. 나빠질 것이다’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는다. 싸게 사려면 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업정지 효력 나타나나
영업정지를 앞두고 통신시장이 대체로 잠잠해졌지만, 그간의 사례를 보면 또 다시 보조금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번 영업정지 기간만큼은 예전처럼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1개 사업자씩 순차적 영업정지가 아닌 2개 사업자씩 묶어 사업정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곳의 이통사가 영업정지되고 1곳만 영업이 가능해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면 바로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기변경 금지’를 두고 통신사들이 꼼수를 부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번 사업정지는 신규 가입뿐만 아니라 기기변경까지 금지되지만, 파손‧분실 시에는 예외적으로 단말기를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판매점에서 파손‧분실 사례로 속여 얼마든지 기기변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업정지가 끝난 후엔 또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반복되는 보조금 과열 현상으로 지난해 5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발의됐지만,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가 파행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
미래부가 시정명령을 위반하고 보조금 전쟁을 벌인 통신사들에 역대 최장 기간인 45일 영업정지를 내렸지만, 이 같은 처분은 오히려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기간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실적이 오히려 좋아진다는 것.

결국 피해는 이동통신 유통망 소상인들과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영업정지는 그간 매년 행하는 이벤트성 행정처분으로 그 실효성이 없음이 이미 증명됐다”면서 “이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액은 월 1조 1000억 원에서 2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경우에도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피해본건 소비자인데 휴대폰 마음대로 못 바꾸고 혜택 받는 것도 없다”면서 “차라리 요금 강제 인하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정기간 통신요금 감면 등의 새로운 처벌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실효성 없는 영업정지 처분보다는 통신요금 인하와 단말기 출고가격을 낮추는 등의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