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여왕 오심의 희생양 돼… 韓 12년간 3번이나 금 뺏겨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2주간의 대장정을 마치는 가운데 한국선수단은 최종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23일(한국시간) 기준으로 메달순위는 13위이며, 합계로는 공동 12위의 기록을 냈다. 3연속 톱10 안에 드는 데는 실패했지만, 빙상강국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어김없이 발휘했다.
물론 아쉬움도 크다. 우선 ‘피겨 여왕’ 김연아가 고별무대를 완벽하게 실력 발휘를 했으나, 홈 텃세와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목에 걸며 2연패를 놓쳤다. 사실 말이 놓친 것이지,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연기 도중 착지와 스핀 실수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피겨의 전설인 미셸 콴(미국)과 카타리나 비트(독일)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물론 외신들까지 심판판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대회를 비롯해 12년 동안 우리는 늘 황당한 심판 판정에 희생양이 됐다. 토리노대회를 제외하곤 매번 그랬다. 2002년 솔트레이크대회에서는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김동성이 먼저 골인하고도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격 처리됐다. 김동성이 추월하자 오노는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액션을 취하면서 심판은 김동성에게 진로를 방해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격처리를 하는 역대 메가톤급 오심을 저지른다.
악몽은 8년 후 다시 재현됐다. 2010년 밴쿠버대회 여자쇼트트랙 계주결승에서 우리는 또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 선수가 중국을 제치고 먼저 골인하면서 5년 연속 금메달이 확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5바퀴를 남기고 중국 선수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수가 우리 선수에게로 달려와서 약간 부딪히는 접촉이 있었던 것을 한국의 반칙으로만 판정하면서 실격됐다. 얻었던 금메달이 한순간에 달아나는 순간이었고, 당시 실격 판정을 내린 심판이 4년 전 김동성에게도 실격 처리를 한 제임스 휴이시(호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4년 뒤 오심의 희생양은 전혀 예상치 못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되고 말았다. 첫 출전한 김해진과 박소연은 모두 쇼트 연기를 통과하면서 각각 최종 16위와 21위를 기록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빅토르 안)의 활약에 발목이 잡히면서 우리 남자쇼트트랙은 12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안현수는 3관왕에 오르면서 러시아가 종합순위 1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반면 한국선수단에는 공교롭게도 톱10에 들지 못하는 요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중국의 왕멍에 밀려 4년 전 약세를 면치 못했던 여자 쇼트트랙은 다시 자존심을 되찾았다. 심석희의 막판 놀라운 스퍼트로 여자계주는 금메달을 되찾았고, 1000m에서는 박승희와 심석희가 합작으로 금, 동메달을 수확한다. 500m는 박승희가 가장 먼저 안쪽 라인을 점령하면서 1위로 치고 나갔으나, 뒤에서 두 선수가 넘어지는 찰나에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박승희를 손으로 밀면서 눈앞에 뒀던 금메달을 놓치고, 아쉽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신 여자 500m 종목에서 16년 만에 메달을 따냈다는 점에 만족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금1개, 은1개를 수확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가 500m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2연패 달성에 성공했고, 이승훈은 장거리 1만m에서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김철민, 주형준과 함께 은메달을 따냈다.
밴쿠버 메달리스트(금1, 은1) 모태범은 네덜란드에 밀려 자신했던 500m에서 4위를 기록하면서 영향을 받아 1000m에서는 12위로 빈손으로 대회를 마쳐야 했다. 이규혁도 6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또다시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와 후배들을 독려하면서 감동을 줬다.
첫 출전한 여자컬링은 10개팀 중 랭킹이 가장 낮았으나 3승 6패로 선전하면서 8위를 기록했다. 그 밖에 비록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설상종목과 썰매종목에서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남자 모굴 스키의 최재우는 최초로 결선 라운드에 진출해 메달권을 바라봤지만 회전 연기를 마치고 내려오던 중 코스를 이탈하는 실수로 실격을 당했다. 실수만 없었다면 메달도 도전해 볼 수 있었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스켈레톤 남자 1인승에서는 윤성빈이 16위에 올라 역대 가장 높은 순위였던 19위를 3계단 끌어올렸다. 원윤종, 서영우로 구성된 남자 2인승 봅슬레이는 첫 출전해 18위에 올랐다. 김선옥, 신미화로 구성된 여자 2인승 봅슬레이 역시 첫 출전해 18위를 기록했다.
밴쿠버대회부터 조금씩 약진하고 있는 설상과 썰매종목이 4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