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새해 들어 가장 관심을 끄는 북한 뉴스는 2인자 장성택 처형 이후 동향과 전직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이다. 국내 언론은 장성택 처형 이후 심상치 않은 북한 권력 변화와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일 굵직한 뉴스를 내보낸다. 미국 언론은 지난주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 앞에서 생일 축하송을 부른 데니스 로드먼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로드먼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최고의 친구로 치켜세운 것과 관련해 브라더 로맨스라고 특수한 관계를 비아냥거리는 기사도 나왔다.

로드먼 보도에서 특히 눈길을 모았던 것은 미국 CNN 방송과의 라이브 인터뷰 방송이었다. 로드먼은 북한에 입국하기 전인 지난 7CNN 앵커 크리스 쿠오모와 위성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쿠오모는 로드먼에게 부담스럽고 집요한 질문을 퍼부었다. 한국프로야구 빙그레 창단 감독이었던 배성서 씨의 아들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북한 억류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김정은의 생일을 축하하는 농구친선경기가 적절한지를 그에게 따졌다. 시가 담배를 손에 들고 다소 흥분한 표정을 보인 로드먼은 케네스 배 씨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북한 법에 의해 처벌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북한 옹호발언을 했으며 NBA 동료 선수들이 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멘트를 날렸다.

나중에 북한을 두둔하고 고함까지 지른 것은 인터뷰 직전 술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해명을 하고 CNN 앵커 쿠오모와 케네스 배 씨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그가 CNN과 위성인터뷰를 가진 것 자체를 두고서도 여러 해석들이 나올 만했다.

로드먼이 다른 미국 주요 방송 등을 제치고 굳이 CNN을 선택한 것은 철저히 나름대로 계산된 노림수였다는 것이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에게 잘 보여 농구 쇼비즈니스를 사업적으로 성공시켜 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CNN 방송은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지배층들이 미국 측의 여론을 수집하기 위해 즐겨보는 대표적인 미국 방송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북한 고위층들은 24시간 뉴스채널인 CNN 방송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북한 핵문제와 미국의 외교 대응방안 등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국내 종편 TV MBN의 북한 정세분석 대담프로에서 북한 정치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한 요덕스토리를 제작한 탈북자 정성산 감독은 북한내 당 고위간부, 군 장성 등은 미국 CNN 방송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본다. 당 지도국에서 CNN 방송을 시청하며 대미, 대남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내의 CNN 시청 동향으로 볼 때, 로드먼은 북한에서 친선 농구경기를 갖기 전 먼저 분위기를 띄울 의도로 CNN 측과 사전 협의, 생방송 계획을 잡았던 것 같다.

또 로드먼은 CNN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다시 새롭게 하고, 광고 마케팅 흥행을 위한 기회로도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역시절 엄청난 수입과 스타로서의 명예를 한껏 누린 로드먼은 은퇴이후 알코올 중독에 찌들고, 가산을 탕진해 파산 일보직전으로 내몰린 상태이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입장인 로드먼은 지난해 초 자신의 흥행을 위한 쇼비즈니스 측면에서 다큐멘터리 TV 제작물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평양 농구쇼를 연출해 톡톡히 재미를 봤었다. CNN 인터뷰는 인기회복을 노리는 로드먼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농구교류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를 원활하게 만들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로드먼이지만 그가 정작 원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은밀히 챙길 수 있는 돈이 아닐까 싶다. 평소 거친 험담과 괴팍한 행동으로 유명한 로드먼이지만 오랜 NBA 프로생활로 누구보다도 돈의 위력을 잘 알고 있어 김정은 찬양가와 CNN 생방송 인터뷰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52세의 나이에도 코와 귀에 피어싱을 하고 울긋불긋한 옷치장을 전매특허처럼 하고 다니는 로드먼이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북한과 CNN을 철저히 이용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씁쓰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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