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강대부국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안정적인 정치, 지속적인 경제력과 구성원들의 문화 인지력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게 통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 정상들은 국제적으로 자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지역 또는 주제 부문별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UN총회에 참석하여 일정한 몫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 관련 회의 참석도 그러한 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최 전에 열린 ‘남태평양 도서국 정상들과 대화’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도서국(島嶼國)의 우려에 대해 적극 대처하자고 제의한 점이나, APEC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무역의 장벽 철폐를 제안한 주장은 잘한 일이다.
또한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45분간 양자회담을 통해 진행된 북핵 반대 입장 표명과 양국 협력의 공동의지 재확인은 고무적인 일이다. 중국신문이 이 내용과 함께 박 대통령이 다자 정상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대하는 냉랭한 태도와 대조하여 한중 양국 간의 친밀도를 크게 보도한 것은 특별해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교류는 무엇보다 신뢰가 기본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성 있는 교류가 지속되는 것임에도 최근 일본의 태도는 범상치 않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시절 당시에 우리 영토인 독도를 방문한 일이 있다.
그러한 당연한 일에 대해 일본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지검은 불법 입국 혐의를 물어 기소하고 얼마 전에 불기소처분 했다. 또한 아베 총리가 UN총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이 없었다는 발언을 했고, 이 발언은 일본 시민단체의 정보 공개로 도쿄의 국립공문서관의 문서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아직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바 과거 사례에서는 보기 드문 정치 외교적 현상이다. 이는 최근 일본의 아베 총리 등 지도부의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로 엄연한 과거사를 부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왜곡하여 공표하는 등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한일 문제는 정치 외교적 이익에서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동 이해의 바탕위에서 해결돼야 맞다. 최근 아베 정부가 지속적으로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를 퇴행(退行)케 하는 발언은 어딘가 모르게 심상치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