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국경일로 돌아온 567돌 한글날은 축제분위기였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는 9~10일 양일간 한글 관련 축제와 전시가 이어졌다. 한글은 너무나 과학적이고 쉬워서 하루아침이면 다 배운다 해서 ‘아침글’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6.25 이후 70년대까지도 문맹인구는 상당했다. 전쟁과 가난으로 배워야 할 시기를 놓친 때문이었다.

지난달 6일 유네스코가 세계문맹퇴치의 날을 맞아 발표한 통계 결과 전 세계 71억 인구 중 7억 7400만 명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문맹이다. 이 중 2/3는 여성이다. 문맹자 대부분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인도 등 서남아시아에 살고 있고, 문맹자 중 1억 2300만 명은 15~24세의 젊은이다.

유네스코가 밝힌 문맹의 주원인은 전쟁이다. 내전 상태인 시리아의 6~15세 어린이 40%는 아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3천 개 이상의 학교가 2년 전 내전이 시작된 이후 파괴되거나 무너진 상태다. 900여 개의 학교는 학교의 기능이 마비된 채 시리아 내 난민 거주지로 이용되고 있다. 해외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들의 자녀 역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요르단에 있는 3만 명의 어린이는 수용소에 학교시설이 개설됐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 있는 어린이의 90%도 마찬가지 상황이고 레바논은 아예 학교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1990년 이후 문맹자 숫자가 약 1억 명 줄었지만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 시점인 2015년까지 문맹률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환경도 열악해 전 세계적으로 5700만 명의 초등학교 연령대 어린이와 6900만 명의 중등학교 연령대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동남아의 유일한 국가 태국의 경우는 글 자체가 너무 어려워 문맹률이 상당히 높다.

너무나 쉽고 고마운 우리글 한글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성들이 널리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을 만들어 보급시켜 주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이었다. 세계문맹 퇴치를 위해 한글이 보급돼야 할 이유도, 글을 모르는 이들이 빨리 글을 읽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한글만한 글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문맹 퇴치는, 가장 뛰어난 표음문자 한글을 가진 대한민국이 해야 할 또 다른 사명으로 정부차원에서 기획되고 준비돼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