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전도’ 남모를 고통 아시나요

‘지나친 열성’ 길거리 선·포교, 불신자에겐 오히려 ‘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서울대학교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free thinkers)’의 ‘전도 거부 카드’ 제작으로 캠퍼스 내 전도는 물론 ‘길거리 전도’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본지는 <‘전도 거부 카드’ 등장 종교계에 주는 메시지는?>과 <절에서 “예수 믿으세요”… 심화되는 종교 갈등> 등 앞서 2회에 걸쳐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선‧포교가 종교계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메시지와 반감에 대해 살펴봤다. 공격적인 선‧포교는 ‘과유불급’, 오히려 독이 되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던 25일 길거리로 나갔다. 서울역은 확성기를 틀고 반주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거나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목청이 터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선교단체의 단골 전도지이다.
개신교 단체뿐 아니라 천리교, 불교 등 타 종교도 포교에 나서고 있다. 매일 찬송가 소리 등이 끊이지 않던 서울역은 우천 때문인지 이날은 조용했다.
◆전도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거 아냐”
또 다른 단골 전도지는 명동이다.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는 전도자들로 넘쳐난다. 맑은 날 오후나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넘치기 때문이다.
이날 등에 홍보물을 짊어지고 나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한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몸 앞쪽에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주 예수를 믿으라’, 등 쪽에는 ‘666 받는 자 지옥’ ‘오른 손이나 이마에 666칩 받으면 영원불지옥’ ‘RFID 생체칩 받으면 암 걸려요’ 등 문구를 쓴 조끼를 입고 있었다.
대형 홍보물에도 같은 내용의 문구가 있다. 이들은 주 관광객인 일본인과 중국인을 겨냥해 문구를 영어, 일본어, 한자, 한글 등 다양하게 번역했다.
주변 곳곳에는 같은 문구를 쓴 홍보물이 달려 있었고, 한 사람은 메가폰을 잡고 한국어, 일본어로 번갈아가며 ‘주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고 있었다.
큰 홍보물을 지게처럼 지고 있는 사람은 지난 2007년 5월부터 6년째 이곳에서 노방(길거리) 전도를 하고 있는 A목사다.
그는 사당동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초교파 개신교 연합단체에서 나온 목사라고 소개했다. 7년 동안 신학을 했다고 말한 A목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마귀 자식, 지옥 자식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깊게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짧게 결론부터 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신자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위협적인 교리이다.
그는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며 “몇 년 안에 모든 사람이 다 666 베리칩을 받게 되고 암에 걸리고 사도 바울보다 더 신앙이 좋아도 다 지옥에 간다”며 “받지 않으려면 순교를 하거나 7년 환란이 일어나기 전에 휴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목사는 길거리 전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히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람들이 이 내용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알려주기 위해서 길거리 전도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민들 “꼭 여기 와서 소리 질러야 하나”
그러나 A목사와 일행을 바라보는 주변 상인 및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곱지 않았다.
노상에서 친척의 음료 장사 일을 돕고 있는 지재석(가명, 20, 남) 씨는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주로 사람들이 많은 오후에 나와서 전도를 한다. 메가폰 같은 것을 갖고 큰소리로 떠드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상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기성(가명, 45, 남) 씨는 “전도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토요일 낮에는 전도하는 종교단체가 말도 못하게 많다. 그렇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다 사이비 같아서 개신교인들은 정말 창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을 지나가고 있던 김동기(가명, 67, 남,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씨는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꼭 여기에 와서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사람이 많은 거리에 나와서 통행에 불편을 주고 고성방가로 피해를 준다. 이렇게 얼굴을 찌푸리게 해서야 되겠는가”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그는 전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전도와 관련해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고 조용히 전단지를 돌린다거나 교회 자체에서 하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전도방법을 조언했다.
◆“종교단체가 사회문화에 맞춰야”
길거리 선교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6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시민 1969명을 대상으로 지하철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이 전동차 내 무질서한 행위 중 가장 불편한 요소로 ‘종교전도’를 꼽았다. 2위는 취객(27%), 그 다음으로는 이동상인 물건판매(17%)와 구걸행위(16%)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소장은 종교단체와 사회구성원 간 절충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윤 소장은 “사회가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사회구성원들이 길거리 전도를 수용하는 문화라면 종교단체의 활동이 더 자유로워지겠고, 거부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면 종교단체가 사회문화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교의 자유도 있지만 반종교의 자유도 있다”며 “사회가 용인하는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단체가 판단을 잘 해서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사회적인 상식과 양식에 맞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