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일명 ‘변종 SSM’이라고 불리는 상품공급점에 대해 정치권이 규제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13일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품공급점이 준대규모점포(SSM)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에는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유사한 2건의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법률적 사각지대를 악용한 골목상권 죽이기는 그쳐야 한다”며 “영세자영업자들의 도산 사태를 막기 위해 관련 법조항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상품공급점은 각 대기업의 SSM과 같은 간판을 사용한다. 그러나 점포의 주인이 개인사업자로서 50% 이상의 지분을 갖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 SSM이나 프랜차이즈로 취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통시장 주변 1㎞ 이내 금지 규제나 월 2회 휴무, 영업시간제한 등의 규제도 벗어날 수 있다.
대기업은 대신 50% 미만의 지분만 유지하면서 해당 점포에 물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다. 가게 주인은 한 달에 일정액 이상(보통 2000만 원어치)의 물품을 들이면 대기업이 다른 비용은 면제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SSM과 다른 점이 없다. POS 시스템도 SSM과 동일하고, 대기업이 생산하는 PB 상품 및 행사상품도 대형마트와 동일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품공급점은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에 약 610곳이 존재했다.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기업별로는 이마트에브리데이 353개, 롯데쇼핑의 롯데슈퍼와 하모니마트 256개, 홈플러스 1곳 등이다.
실제로 1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상품공급점을 찾아가보니, 추석을 앞두고 출입문 양편으로 각종 선물세트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담을 따라 늘어선 길이만도 10미터는 족히 돼 보였다. 주변에서는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상품공급점’의 위엄이다.
중소상인들의 반발은 거세다. 급속히 늘어난 상품공급점에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 계절별로 미끼상품을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판다. 손님을 끌어가 다른 상품까지 사도록 만드니 주변 편의점이나 일반 가게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상품공급점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했던 우원식 의원이 ‘초토화 수준’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상품공급점의 등장은 소매상뿐 아니라 그 지역의 도매상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안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상품공급점 1개가 들어서면서 주변의 슈퍼 몇 개가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에 물품을 공급해 온 40여개의 도매상 역시 그만한 매출 감소를 보게 되고 결국 빚을 지거나 문을 닫기도 한다. 상품공급점의 등장으로 도매업과 소매업 모두의 생존권이 위태해진다는 것이다.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이동주 실장은 “형태는 동네에 들어온 슈퍼처럼 보이지만, 그 기능을 유지케 하는 것은 대형마트의 물류시스템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언주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상품공급점을 준대규모점포에 포함시켜 각종 규제를 받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현행 월 2회 휴무를 4회로 늘리며, 개설 시에는 등록제 대신 허가제로 운영한다는 방안이 들어갔다.
그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유통산업에는 대기업과 대기업 고용 점원들만 남게 될 것”이라며 소수 유통대기업의 독점화를 우려했다. 이어 “아무리 우리 사회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해도 그것이 약육강식의 경쟁 지향은 아닐 것이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이 같은 (대기업의) 진출은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