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도로점용허가 위법성 여부 판단 안 했지만…

교회 측 “많은 의혹 해소 계기돼”
서초구 “적법성 인정한 것”
주민 측 “법원, 기관 역할 방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신축 중인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 예배당과 관련한 행정소송 판결로 서초구 주민과 교회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항소가 제기돼 법적 공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 제7행정부(부장판사 송우철)가 사랑의교회 신축 공사와 관련해 황일근 의원 외 5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도로점용허가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주민소송의 대상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판결 사유를 밝혔고, 신축 예배당 건축을 위한 도로점용의 위법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을 방청한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할렐루야를 외치며 서로 껴안았고, 서초구 주민 측은 무거운 표정으로 법원을 나섰다.
재판부는 주민소송의 대상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도로점용 위법성에 대해서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지만, 사랑의교회와 서초구청은 재판부의 판결을 확대 해석하는 분위기다.
사랑의교회는 재판 결과를 반기며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고 “이번 판결로 인해 사랑의교회와 관련돼 제기됐던 많은 의혹들이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자축했다.
사랑의교회는 이번 주민소송 외에도 일부 안수집사들을 주축으로 한 교인들이 교회 재정 운용 투명성과 관련해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아울러 오정현 목사 논문표절과 관련해 당회가 더 이상 논의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했음에도 사임 약속 이행 촉구에 대한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사랑의교회는 이러한 내부 사태가 이번 판결 결과로 진정될 수도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청도 보도자료를 내고 도로점용허가처분이 적법하다고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자체 해석했다.
구청은 “도로점용허가처분이 도로관리청의 재량행위를 일탈, 남용한 사실이 없으며 적법하고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판결 내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그동안 서초동 1741-1 구유도로에 대해 “도로점용허가 처분은 적법하며 도로지하 부분 점용은 도로 본래의 기능인 공중의 통행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기부채납을 통한 대체가능도로가 제공돼 공익과 사익의 이익 형량을 충실히 했으며, 향후 도로원상회복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나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일관된 입장을 취했다.
서초구 주민 측은 법원의 판결에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측은 법원이 도로점용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주민소송대상 여부만 판단했다는 점과 전문심리위원의 의견과 상충된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주민 측 대표 황일근 서초구의원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고,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황일근 의원은 먼저 전문심리위원의 판단과는 상충된 판결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항의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주민소송 유형이므로, 주민소송제도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담당한 권위 있는 학자들의 전문적인 식견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전문심리위원 채택을 결정하고 그 의견을 구한 것”이라며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서 내용을 언급했다.
전문 심리위원들은 의견서를 통해 “행정재산의 목적 외 사용인 도로점용허가처분은 그 도로사용 목적의 본래적 기능을 위한 도로점용 외에는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고, 본 사건과 같이 지하예배당 등의 보조참가인(사랑의교회)의 사익을 위한 도로점용허가처분의 경우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도로점용허가 및 건축허가는 도로행정 및 건축행정 상의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일 뿐 지자체 소유의 재산에 대해 직접 재산적 가치의 실현 등을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라 볼 수 없다”며 “설령 지자체의 이러한 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소송의 요건이 되는 지방자치법상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상충된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황 의원은 재판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랑의교회가) 우리나라 법원의 심장부인 대법원 앞 공공도로 지하를 불법적으로 점용해 공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법치주의를 우롱하는 이 같은 행위를 눈 가리고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객관적 법질서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주민소송제도를 무효화시키고 제한적 입법 목적론으로 법 판단기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무시한 서초구에 직권으로 도로점용허가 등을 취소·정지할 수 있다. 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