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셀프 개혁’ 정치권 비판 봇물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개혁 발언을 놓고 정치권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원이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 달라”고 발언하면서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국정원장의 교체를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댓글녀는 ‘셀프 감금’이고 국정원은 ‘셀프 개혁’이라니, 중환자에게 수술칼을 맡기고 도둑에게 도둑 잡으란 말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 개혁’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개혁은) 국회가 어차피 다뤄야 할 사항”이라며 국회가 국정원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정원 개혁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인데다 개혁문제가 대부분 입법 사안인 만큼 국정원 스스로 개혁을 주도하게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조순형 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남 이야기 하듯이 그렇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또 더군다나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 스스로 거듭나라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정원이 정말 개혁을 할 의지나 능력이 여러 가지로 봐서 지금 없다”면서 “국정원을 거듭나게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거기에서 개혁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국정원 자체 개혁론에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문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게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국정원 관련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의 대상이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의 국정원 자발적 개혁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한 답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미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나 검찰 등 각 기관의 개혁이나 정상화 방안을 공약했고, 이 같은 취지에서 ‘국정원 자체 개혁’ 발언을 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