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흥남에서 거제까지’展

1950년 12월, 20만명 목숨 건져
전쟁사서 가장 큰 해상 철수작전
9만여 북한 피난민 대거 구출
피난선 빅토리호서 5번째로 태어난
‘김치5호’ 이경필 씨 생애 기록 등 전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동북부 전선(함경남북도 일원)에서 작전 중이던 아군 주력 부대가 흥남항을 통해 대거 해상 철수를 단행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10일 단행됐다. 세계 전사(戰史)상 가장 큰 규모의 해상 철수작전에서 국군과 유엔군이 10만 5000명의 병력과 1만 7000대의 차량을 비롯한 대부분 장비와 물자를 옮겼으며, 9만여 명에 이르는 북한 피난민들도 구출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최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해금강테마박물관(관장 경명자·유천업)과 4일부터 오는 7월 30일까지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흥남에서 거제까지’ 공동 기획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전쟁의 실상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역박물관과 연계해 공동 기획으로 마련됐다.
두 기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5개월간 거제를 비롯한 전국 여러 곳의 현지 조사 과정에서 피난민의 증언과 자료를 확보하는 등 거제 지역사와 우리나라 박물관사(史)에도 의미를 남기게 됐다.
전시에서는 흥남철수작전과 당시 마지막 배인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 4000명의 북한 피난민을 태우고 거제 장승포항에 입항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피난민들의 흥남대탈출 과정을 보여준다. 또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는 다섯 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다섯 번째로 태어나 ‘김치 5호’로 불리는 이경필(1950년생, 장승포동 거주) 씨의 생애가 담긴 자료, 거제도 정착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 등 유물과 자료 199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눈보라 휘날리는 북녘 흥남’ 2부 ‘보리싹 푸른 남녘 거제’ 3부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이라는 각각의 주제로 흥남철수에서 거제 입항까지의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생생한 역사 기록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철모, 군화 밑창, 중공군 발싸개, 미군 찬합 등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상흔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유물들이 공개된다. 또 메러디스 빅토리호 사진과 그 기록을 담은 엽서와 책, 승선 승무원 명단, 흥남을 떠나면서 가져온 고추장 단지와 도자기 제기도 공개되며, 선상 광경을 담은 동영상 등도 전시된다.
2부에서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다섯 번째로 태어난 이경필 씨 생애가 담긴 자료, 북한 청진에서 거제도로 월남한 최중훈(1908년생) 씨가 1951년부터 1952년까지 썼던 피난기 등도 선보인다.
또 흥남철수작전을 다룬 영화 ‘내가 마지막 본 흥남’, 흥남철수 당시 교복을 입고 월남한 소녀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 가수 현인의 곡 ‘굳세어라 금순아’가 담긴 앨범, LST(상륙 작전용 선박) 피난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문학 작품도 한자리에 전시된다.
3부에서는 김치5호 이경필 씨의 가족이 평화를 염원하며 ‘평화’를 상호로 사용한 상회, 사진관, 식당, 가축병원 등의 사진 자료가 전시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이외에도 피난민들의 동영상, 이산가족의 아픔이 글 속에 묻어나는 시, 흥남출신 피난민 2세대 가수 강산에 씨가 부르는 ‘라구요’의 배경 음악을 통해 고향산천에 대한 피난민들의 그리움을 위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