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 연수원 교수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 음식을 약이라 생각하면서 먹고 있을까. 약은 차치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과 불신 그리고 식품 안전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고, 불량식품을 사회 4대 악의 하나로 간주할 정도로 믿고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예전에 직접 농경을 했던 시절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치해 생산 과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은 없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달라지고, 먹을거리를 비용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음식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시점은 물물교환이라는 수단이 생겼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농업 외에 제조업과 같은 2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더욱 고착화되었다. 제조업에서 노동을 대가로 지불능력이 생기고 직접 농사를 지어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음식을 구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가 늘면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밥상에서 소비하던 식생활보다는 외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패스트푸드에 의존하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찾게 되면서 전통 밥상문화의 변화뿐만 아니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각종 질병도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형성된 체질이 음식의 진화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각종 질병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연구소에 따르면 암 발생의 대부분이 잘못된 식습관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했다. 음식의 식(食)자는 사람 인(人)자와 량(良)자가 합쳐진 단어다. 사람을 좋게 하는 것이 음식이지만 각종 화학첨가물이나 인공조미료 첨가된 정체불명의 음식은 오히려 사람을 위협한다.
약보불여식보(藥補不如食補)라는 말이 있다. 약도 좋은 음식만 못하다는 뜻으로 그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 것이다. 음식이 약이 되려면 나라마다 음식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생산된 것을 먹는 것이 좋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로컬푸드는 신토불이 음식과 같은 개념으로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생산과 소비가 같은 지역에서 이뤄지다 보니 신선한 식재료 확보는 물론 음식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농장과 식탁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탄소 배출이 줄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바람직한 식습관을 제시하고 흙과의 관계 복원과 농업을 이해하기 위해 텃밭에서 식재료를 기르는 학교도 있고,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심이나 발코니와 같은 생활공간에서 채소를 농사를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생태계가 다시 하나가 되고 전통적인 사회 공동체가 농업을 통해 회복되고 있다. 먹을거리를 매개로 농촌문화와 도시문화가 융합되고, 도시 공간에서 농사라는 콘텐츠가 융합되면서 삶의 질이 재구성되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는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조건이다. 먹을거리를 통해 건강한 가족 공동체, 더 나아가 행복한 사회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방법은 로컬푸드로 차려진 건강한 밥상에 답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