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현 목사“ 인용 허락받아… 감사인사만 빠뜨려”
윌킨스 교수“ 허용한 적 없고 오 목사 알지도 못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구체적인 증거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문제를 조사해온 사랑의교회 핵심 인사가 이 증거물을 공개한 터라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랑의교회 당회TF팀 권영준 조사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오목사의 표절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가 담긴 조사보고서를 사랑의교회 당회원 장로들에게 공개했다.
그리고 장로 중 한 명이 주변에 이 문서를 보여주고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익명게시판에 게재됐다. 이후 보고서 내용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권 조사위원장은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각종 제보와 자료 확인 등 제반 조사결과에 의거해 오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된 것이라는 증거를 무수히 발견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를 공개하기에 앞서 오 목사가 먼저 회개해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사랑의교회와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두려워하며 지난 5개월 동안 오 목사의 회개와 정직성 회복을 위해 눈물로 기도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오 목사가 신앙의 양심과 명예를 걸고 맹세를 했음에도 표절한 증거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오 목사의 회개 없음과 거짓 언행이 되풀이됨을 확인했다. 이제는 모든 진실을 교회에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조사보고서를 당회원에게 배부하고 운영장로회와 사역장로회에 보고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달라”며 “이후 당회를 소집해 당회에서 이를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백석대 김진규 교수 표절 의혹 제기
권 위원장이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오 목사는 조사위 앞에서 박사학위 표절논란과 관련해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나 대필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도교수 두 분 중 한 분은 아직도 살아계시고, 논문은 양심과 명예를 걸고 떳떳하게 작성했다”고 분을 냈다.
또 “만약 추후에라도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대필이나 표절 등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오 목사는 전체 당회원과 모든 장로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메일을 작성해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위원장은 같은 해 9월 백석대 김진규 교수가 오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고 지적하며 신고해왔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때 오 목사가 자신에게 전화해 김 교수의 발언에 해명하겠다며 김 교수를 원망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오 목사가 비밀리에 김 교수와 접촉했다는 전언이다. 김 교수는 자신을 비롯한 백석대학의 동료 교수들이 신분상 위험 또는 불이익을 당할 것을 염려해 신고내용을 조사하지 말아달라고 조사위에 입장을 밝혀왔다.
◆윌킨스 교수 “오정현 목사가 누구?”
이에 옥한흠 목사의 장남 옥성호 집사는 오 목사가 표절한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Following theMaster’의 저자 윌킨스(Michael J. Wilkins) 교수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다.
오 목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9월 10일 조사위원회는 윌킨스 교수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윌킨스 교수는 오 목사가 자신의 책을 표절했다고 인정했다.
윌킨스 교수는 “조사위원회가 편지를 보내기 전까지 오 목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박사학위 논문은 놀랄 만큼 책과 유사하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표절해도 좋다고 허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학계에서 표절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근절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정황을 포착한 후 오 목사와 비밀 회동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표절 사실이 윌킨스 교수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오 목사는 권 위원장 앞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목사는 “표절은 아니고 미국 Biloa 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거칠 때 윌킨스 교수의 대학원 과목을 2과목 수강해서 잘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전혀 알지 못한다는 윌킨스 교수와는 상반된 주장이다.
책 인용과 관련해서는 “남아공 포체프스트룸 대학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밟기 전에 사전에 윌킨스 교수의 저서를 원하는 대로 인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또한 전혀 인용이나 표절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윌킨스 교수의 회신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다.
오 목사는 또 “다만 실수로 논문 머리말에서 윌킨스 교수를 빠트렸고, 최근 윌킨스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다시 충분한 양해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윌킨스 교수는 조사위가 이메일을 보내기 전까지 ‘오정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고된다.
오 목사는 “논문을 보완해서 남아공 포체프스트룸 대학과 상의해 원논문을 다시 재수정한 논문으로 대체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해 논문 세탁 논란까지 더해졌다.
◆조사위원회 “오정현 박사 논문 ‘심각한’ 표절”
이에 조사위원회는 오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매우 심각한 표절이다. 대필의 개연성도 상당히 높아보인다”고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다.
이후 위기에 몰린 오 목사는 말 바꾸기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월 오 목사는 권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미국 비올라 대학 총장을 통해 윌킨스 교수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저서 인용 허락을 윌킨스 교수가 아니라 이번엔 비올라 대학 총장이 대신 받아줬다고 한 것이다.
또 “김 교수가 표절부분으로 문제 삼은 부분은 이번에 새로 고쳤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권 위원장은 새롭게 세탁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 받아 논문을 조사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세탁된 논문 곳곳에서도 문제는 발견됐다.
논문 머리말엔 2012년에 문장을 바꿔치기했음에도 작성연도가 그대로 1998년도로 기재돼 있었다. 또 지도교수 두 명 중 한 명만 살아 있다고 발언했지만 수정된 논문에는 지도교수 2명의 사인이 모두 돼 있었다.
조사위는 지도교수의 사인이 위조됐다고 밝혔다. 이에 사랑의교회 당회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당회는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현재 교회가 인정한 공식적인 보고서가 아니다”면서도 “담임목사에게 제기된 사안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향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후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오 목사의 현재 입장과 관련해서는 “오정현 담임목사는 모든 것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그와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한 처리를 당회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