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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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대만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만 전역에서 최소 20개의 공장을 신설한다고 한다. 이 중 TSMC는 최근 4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인근에 3나노미터 신공장을 주변 4곳에 추가로 짓고 있다.

TSMC는 대만 국내에 올해 시설투자에 최대 440억 달러(약 55조 33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에 계획 중인 신규 공장의 투자비를 포함하면 TSMC의 올해 시설투자가 500억 달러(약 62조 85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내년에도 400억 달러(약 50조 2160억원) 이상을 시설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위협에 최첨단 반도체로 미국의 보호를 유지하는 외교적 수단도 있지만 점유율 2위로 추격 중인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해서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1%로 18.3%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3배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아울러 대만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국가가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하고 1년에 두 번, 연 1만명의 반도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시설투자를 늘리며 TSMC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시설투자 48조 2000억원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43조 6000억원을 반도체에 쏟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6조 7000억원을 반도체 시설투자에 집행하는 등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에는 반도체 초강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시설투자를 30% 더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반도체 인력부족이 큰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낡은 규제 때문에 정원을 못 늘리면서 반도체 인력 미스매칭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에서 연간 필요로 하는 신규 인력은 1500명인데 관련 학과 전체 정원은 419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들은 교육 현장이 배출하지 못한 반도체 전문 인력들을 자체적으로 교육해왔다. 하지만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에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정부가 수도권 대학 정원을 확대해서라도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국민의힘도 이날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기 위한 실질적인 입법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늦게나마 범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추진한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정원 규제 완화만으로는 인재를 양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방학교나 카이스트, 포스텍, 디지스트 등이 그동안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지 않았다. 정원을 늘려도 전문 교수 인력이 태부족이라 더 많은 연봉을 줘도 채용하기 어렵고 연구를 위한 기자재와 실험실 등 추가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수 충원이나 제대로 된 장비 구축 없이 학생만 더 받으면 학교수업과 연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이 연구실과 인력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대학의 교수 채용과 연구장비 확충에 대한 재정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유연한 학사관리, 학사공간 활용이 이뤄져야 늘어난 대학 정원이 반도체 인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병역특례 할당 인원 증가 같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학부생 정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술급변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통신(ICT) 전반의 인력수급 현황을 파악하고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 맞는 교육개혁도 불가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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