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지난 18일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기총) ⓒ천지일보 2022.2.24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소강석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지난 18일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기총) ⓒ천지일보 2022.2.24

교회 통합 위한 기본합의서에

한교연 뺀 한기총·한교총 서명

“특정 인물 중심 무리한 추진”

한기총 내부서도 반대 목소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주도 하나며, 믿음도 하나며, 하나님도 하나”라는 말씀과는 다르게 현재의 한국교회는 보수와 진보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대립하는 등 사분오열된 채 갈등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한 분의 하나님을 믿는 교회가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합과 일치 대신 갈등과 분열을 반복하는 모습은 실망을 줬고 신뢰도 추락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단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자”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통합을 위한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계 일각에서는 “10년 만에 보수 연합기관 통합”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기총 회의실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기본합의서는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목표로 크게 3대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 한국교회의 역사를 이끌어온 교파의 신학을 존중하는 상호존중 ▲1인 대표와 집단 협의체(라운드 테이블) 형식의 공동 리더십 발휘 ▲회원교단과 단체, 교회의 사역 및 발전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양 기관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통합된 연합기관의 회원, 지도체제, 법인 등 제반 사항을 협의한 후 각 기관 임시총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단일 기관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한기총과 한교총은 “한국교회는 외부의 반기독교적 이념과 풍조 앞에서 복음의 순전성으로 대한민국을 치유하며 미래를 열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소명 앞에 서 있다” 통합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개신교계는 1989년 보수 성향 연합기관인 한기총이 출범해 진보 성향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양대 기관 체제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한기총이 교계에서 이단으로 지목받은 교단을 회원으로 받자 내부 반발이 일었고 그 과정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합동 등 한기총 주요 교단이 대거 탈퇴했다. 이후 2012년 한기총에서 나온 교단들이 연합해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출범시켰고, 한교연에서 2017년 다시 한교총으로 분리됐다.

현재 한교총은 예장 통합, 합동, 백석, 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국내 주요 30여개 교단이 가입된 개신교계 최대 연합기관으로 평가받는다.

10년 만에 통합에 진전이 생기면서 교계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보수 연합기관이 앞으로 하나 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를 추진하는 데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기총 전 핵심 관계자인 A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별로 의미가 없다. 한기총 임시대표회장이 일방적으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라며 한기총 내부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기총 증경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등을 핵심인사로 하는 한기총 내부 단체는 “법원에서 파송한 임시대표회장이 한기총 정상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기총을 망가뜨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또 교계 일각에서는 보수 연합기구 분열의 단초가 된 ‘이단 문제’에 대해 실제적인 해결 방안 없이 통합은 불가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이번 합의에서는 문제가 된 한기총 소속 교단에 대해 6개월간 행정보류 방침만 논의된 상황으로 향후 이단 일소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예장통합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에 따르면 교계 관계자 B씨는 “연합기관 회원 교단이 이단으로 결의한 교단과 단체가 속한 기관과 통합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보수연합기관은 이단 때문에 분열됐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연합기관 기본 합의서 서명에 한교연이 빠지면서 사실상 반쪽 합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교연은 통합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파트너십 부재와 직원 거취문제 등과 관련해 대책을 요구하며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B씨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제외한 연합기관의 반쪽 통합을 위해 특정 인물 중심의 무리한 통합 추진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교회 성도들은 오히려 ‘이단 옹호’ ‘금권 정치’ 논란과 함께 연합기관 통합의 목적과 방식에 의문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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