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10여자 ‘高句□□王□□未尸’ 등 뚜렷
고구려 성지 확인 정연한 축성 모습 남아있어
[천지일보=백은영․이태교 기자] 춘천시 봉의산성 정상(해발 300m)에서 고구려 성지임을 입증하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찾아졌다. 한국역사유적연구원(원장 배정임) 조사단은 글마루 취재반과 현지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정상에 있는 암반에 음각된 명문을 발견해 이를 고구려 금석명문으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남한지역에서 고구려 성지임을 확인시켜주는 명문 바위가 찾아진 것은 처음이며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고구려비와 더불어 고대사 연구의 중요 사료로서 국보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명문은 네모진 형태의 암반(가로 175㎝, 세로 70㎝) 중심에 종서 2행(글씨 크기 13㎝x13㎝)으로 새겨져 있으며, 고구려인들이 즐겨 썼던 정연한 예서체로 ‘高句□□城(?) 王(혹은 五) 句, 守, 未 尸’ 뒷면에 ‘王’ 등이 확인되고 있다.
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재준 한국역사유적연구원 고문(전 충북도문화재위원, 고대사)은 “암반의 금석문은 전형적인 고구려 예서체”라며 “이 가운데 여러 자(字)가 고구려 시기 각자한 글씨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高’자는 관구검비(毌丘儉碑)나 한나라 장천비(張遷碑)에 나오는 ‘高’자를 닮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고문은 “춘천 봉의산성은 과거 춘천도호부의 진산으로 ‘동국여지승람’에 봉산(鳳山)으로 기록되고 있다”며 “봉산(鳳山)은 고대의 제사 유적으로 볼 수 있으며 정상에서 고구려 금석문이 찾아진 것은 고대사 연구에 획기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봉(鳳)’자를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찾아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으며, 봉은 신(神)의 새(鳥)이자 백조중(百鳥中) 왕(王)으로 날개가 미려하고 영웅적 자세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날아와 사해를 나는 새로, 천하의 대 안녕을 상징한다는 것이다(鳳, 神鳥也. 凤之象也 (…) 出於東方君子之國, 翺翔四海之外 (…) 見则天下大安寕).
특히 글씨 가운데 ‘왕(王)’자가 여러 군데 보이는 것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왕의 집전을 알려주며 ‘시(尸)’는 중국 고대문헌인 ‘사기(史記)’ 구책열전(龜策列傳)에 보이는 ‘신주패(神主牌)’로 해석되므로 춘천 봉의산에 구축한 고구려 신묘(神廟)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전국죽간(戰國竹簡)’에는 ‘尸’가 묘(廟)로 나타나며 ‘시묘(尸廟)’ ‘유시지묘(有尸之廟)’로서 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구려는 시조인 주몽대부터 천신에 제사를 지냈다. ‘후한서(後漢書)’에는 “고구려는 귀신과 사직과 영성(靈星)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였다. 10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이를 동맹(東盟)이라고 한다. 나라의 동쪽에 큰 굴이 있는데 이를 수신(襚神)이라 부르고, 역시 10월에 그 신을 맞이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고문은 이런 제사 풍속이 주요한 점령지인 춘천 봉의산성에 제단을 마련하고 이뤄진 것임을 알려준다고 해석했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고구려 축성 방식을 볼 수 있는 봉의산성 ⓒ천지일보 2022.3.28](https://cdn.newscj.com/news/photo/202203/809761_832569_1954.gif)
봉의산성은 봉의산 정상 중복에 협곡을 따라 테메식으로 석축한 1.2㎞의 고대 성으로 지금까지는 신라시대 축성으로만 알려져 왔다. 그런데 한국역사유적연구원 조사단은 이번 답사를 통해 성 곳곳에서 돌을 장방형으로 다듬어 들여쌓기로 한 고구려식 석축을 확인했으며, 장대 혹은 건물지에서 수없이 산란한 적색 와편을 확인했다.

와편들은 평양이나 중국 고구려 영토였던 요령, 지안 일대 고구려 성지 등에서 찾아지는 격자문, 사격자문, 승석문 와편으로 고구려식임을 확인했다.
이 고문은 “고(古) 기록에 춘천은 고대 맥국(貊國)의 땅으로 나타나 있으며 이는 한반도에 진출한 말갈이나 고구려의 이칭으로 볼 수 있다”며 “봉의산 고대 유적에 대한 보다 확대된 조사가 이뤄져 고대 맥국의 비밀을 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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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춘천 봉의산성에 대한 답사 글은 이번 달 말일에 발행되는 글마루 4월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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