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 21.2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 21.2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로 고쳐 불러야
영기문으로 된 꼬리서 영수‧영조 탄생
영조 몸 자체가 만병이 되고 보주가 돼

고려청자들 가운데는 병, 항아리, 접시, 사발 등 갖가지 용기들 이외에 용이나 기린 같은 영수(靈獸)나 봉황과 원앙 같은 영조(靈鳥)처럼 영화된 동물을 조각한 향로나 물주전자(水注子)류가 많다.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존재들인데 현실에서 본 비슷한 것으로 빗대어 모두 올바르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조각품이라고도 부를만한데 그 만든 솜씨가 비범하여 중국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필자는 이 작품들을 볼 때마다 그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서 특히 천재적인 장인 몇 명이 이런 걸작품들을 고려청자가 최고조에 다다른 12세기에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항상 감탄해왔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도 1-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도 1-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또 다른 작품은 널리 알려진 사자 향로(국보 60호)이다. 최근 문화재청에서 이런 작품을 ‘청자 사자형 뚜껑 향로’라는 명칭으로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경우에는 용이 아예 두 앞발로 각각 보주를 두 뒷발 위에 쥐고 있다(도 1-4).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큐레이터 추천 소장품으로 ‘청자 사자 장식 향로’라고 하여 모두 올바르지 않게 소개하고 있다. 주체적인 조각품을 장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자가 아니고 용이라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미술은 용을 모르고는 조금도 풀릴 수 없다. 단 10분만이라도 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사자형 뚜껑이 아니라, 뚜껑 위에 조각하여 향로의 주체로써 다루어져야 한다(도 1-1). 향로에서 피운 향연이 용의 몸을 거쳐 용의 입을 통하여 밖으로 피어올라 여래나 보살을 화생시킨다. 용어 하나 올바로 고치는 데 이처럼 힘들구나.
 

부분, 용이 움켜쥐고 있는 보주에 주목하시라(도 1-2). 뒷면 꼬리 부분(도 1-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부분, 용이 움켜쥐고 있는 보주에 주목하시라(도 1-2). 뒷면 꼬리 부분(도 1-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은 이와 비슷한 고려청자 사자형 향로를 보고 ‘산예출향(狻猊出香)’이라고 불렀다. 즉 산예의 입에서 향연이 피어오른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산예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옛 기록인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이 당시의 연희(演戲)를 보고 지은 시 <향악잡영오수(鄕樂雜詠五首)>에서 ‘산예라는 사자춤’이라 기록해 놓고 있으니 문헌 기록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산예가 사자인 줄 알고 그대로 따르니 이들로 인해 미술사학이 오류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게다가 다리 끝의 동물 모양의 것을 귀면(鬼面)이라 부르니 불교의례에서 매우 중요한 향로에 웬 귀신을 표현한단 말인가. 이런 총체적 오류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 더 나아가 서양에서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산예는 용의 다양한 변모들 가운데 하나로 사자 모양을 보고는 용이라 불러야 한다. 용은 천변만화하여 무한히 변모한다. 필자는 용을 연구한 지 20년째다. 그러면서 세계 모든 나라의 모든 장르를 풀어나가고 있는 만큼 미술사학 연구에서 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필수적이나 동서양에서 용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까닭은 용 연구를 조금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명(明)대의 호승지(胡承之)가 편찬한 『진주선(眞珠船)』에 나오는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의 상징적 구조에서처럼 용은 무한히 변신한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문헌을 믿지 않는 필자는 그래도 이 기록만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해석을 올바로 해야 한다. 용에 무슨 아들 아홉 명이 있겠는가. 아홉은 양수 가운데 가장 큰 수로 그만큼 용의 변주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자모양 용’이다. 그 이름은 산예(狻猊)라 하는데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근거 없는 복잡한 한자는 쓰지 않고 한글로만 용의 아홉 아들과 그 역할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첫째 ‘비희’는 힘이 세서 무거운 것을 지기를 좋아하여 비석 받침으로 쓰고 있다. 그러니 이른바 귀부(龜趺)는 그릇된 용어이고 용부(龍趺)라 불러야 한다. 둘째 ‘이문’은 멀리 보기를 좋아하여 지붕에 장식한다고 했으니 ‘치미’가 아니라 ‘용미’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포뢰’는 울기를 좋아하여 종 고리로 삼았다. 넷째 ‘폐안’은 관아나 감옥의 문 위에 호랑이처럼 생긴 얼굴을 새겼다. 다섯째 ‘도철’은 쇠를 먹기를 좋아하여 그릇 특히 제기에 새겼다. 여섯째 ‘공복’은 물을 좋아하여 물가나 다리에 표현했다. 일곱째 ‘애자’는 싸우고 죽이기를 좋아하여 칼자루나 도끼에 표현한다. 여덟째 ‘산예’는 사자를 닮았는데 불과 연기를 좋아하여 향로나 화로에 표현했다. 아홉째 ‘초도’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대문이나 문고리에 새겼다. 이상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진리는 용의 형상이 다양하여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는 범상하지 않은 형상은 모두 용의 다양한 변주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용에 대한 무지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품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 
 

부분, 용이 움켜쥐고 있는 보주에 주목하시라(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부분, 용이 움켜쥐고 있는 보주에 주목하시라(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무엇보다도 이 사자 향로에서 사자가 오른발로 보주를 뚜껑에 대고 움켜쥐고 있다(도 1-2). 보주는 사자가 쥐고 있을 수 없다. 도자기 전공자들은 이 보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여 언급이 전혀 없다. 연재를 써오면서 보주란 매우 중요한 고차원의 것으로 만물생성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보주를 지물로 삼고 있는 경우는, 여래로는 석가여래와 약사보살, 그리고 아기 예수가 지물로 삼고 있으며, 보살로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지물로 지니고 있으며, 용이나 해태 등 그리고 봉황과 영화된 새 등, 이런 존재들이 보주를 입에서 내거나 지물로 삼고 있다. 그만큼 보주는 아무나 지물로 삼을 수 없다.

사자 향로에서 사자는 큰 보주를 힘차게 움켜쥐고 있다. 그런데 사자는 보주를 지물로 삼을 수 없다. 산예가 용의 한 변모라고 하면 보주를 지물로 삼을 수 있으니 이 ‘고려청자 사자형 향로’는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 그리고 향로 다리 끝의 얼굴은 귀신의 얼굴이 아니고 용의 얼굴이다. 우리나라 예술품에는 귀신의 얼굴은 없으며, 귀신을 우리발로 옮긴 도깨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그리고 영수나 영조의 조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꼬리이다. 우리는 흔히 동물의 꼬리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조형들을 분석하면서 꼬리가 시작이고, 영기문으로 된 꼬리로부터 영수와 영조가 탄생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처음으로 알아냈다(도 1-3, 도 5).

다른 영수들의 꼬리를 분석해보면 모두 제3영기싹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고구려 무덤 벽화에서 알아낸 것은 영수나 영조의 꼬리가 제1영기싹이나 제2영기싹 혹은 제3영기싹을 취하고 있음을 보고 꼬리가 매우 중요함을 절감했는데 이 글에서 언급하는 영수나 영조들의 길게 솟구치는 꼬리들은 모두 연이은 제3영기싹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도 5).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높이 22.7센티(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높이 22.7센티(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고려청자 기린 조각 향로, 높이 17. 6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3-1). 뒷면 꼬리 부분(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고려청자 기린 조각 향로, 높이 17. 6센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3-1). 뒷면 꼬리 부분(도 3-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다음 ‘고려청자 용 조각 향로’는 오른발로 투각 무량보주 만병을 힘차게 움켜쥐고 들어 올리고 있다(도 2). 투각한 무량보주는 제25회 글에서 매우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투각 무량보주에 별도로 넓은 입을 만들어 작은 항아리처럼 표현하여 만병(滿甁)으로 만들고 있어서 주목된다. 그다음 ‘고려청자 기린 조각 향로’ 역시 걸작품이다. 기린 역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창작품이다(도 3-1). 영수들 가운데 하나로 예부터 끊임없이 표현되어 왔다. 그 꼬리 역시 연이은 제3영기싹으로 솟구치고 있다(도 3-1. 도 5).
 

고려청자 영조 조각 수주, 높이 21.4센티, 시카고 미술연구소 소장(도 4-1). 뒷면 꼬리 부분(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고려청자 영조 조각 수주, 높이 21.4센티, 시카고 미술연구소 소장(도 4-1). 뒷면 꼬리 부분(도 4-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3.21

미국 시카고 미술연구소 소장 ‘고려청자 영조 조각 수주자’ 역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영조이다(도 4-1). 이 역시 꼬리를 보면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으로 위로 솟구치고 있다(도 4-2, 도 5).

이들 영수와 영조의 꼬리들, 세 가지를 채색분석해 보면 이미 설명한 것처럼 모두 연이은 제3영기싹 영기문으로 위로 솟구치고 있어서 매우 역동적이다. 이미 누누이 설명한 것처럼 제1, 제2, 제3 영기싹 영기문은 만물생성의 근원이므로 이 꼬리에서 모든 영수와 영조가 화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자는 모두 한 가지 색이므로 채색분석해 보아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형태의 향로를 살펴본 것처럼 처음에 사자 향로의 사자는 현실에서 본 사자가 결코 아니며 용의 다양한 변형 가운데 하나이며, 모든 영수이든 모든 영조이든 일체가 용성(龍性)을 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영조(도 4-1, 4-2)에서 영조 몸 자체가 만병이 되고 보주가 됨을 절감하는데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다음 제27회에서 놀라운 자기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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