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건설사들, 7~9일 모든 작업 중단
‘공기=비용’ 건설 현장서 이례적 평가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업계에 긴장감이 맴돈다. 최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정부가 엄벌을 강조했고, 이에 기업들은 ‘처벌 대상 1호’ 타이틀을 면하기 위해 현장 재정비하고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일부 현장에선 설 명절을 앞두고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명절을 앞두고 ‘공사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설 연휴 기간 공사를 멈춘 것이다.
건설사 별로 7~9일 수준으로 공사를 중단하는데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 건설은 이날부터 연휴 기간까지 7일, 대우건설은 오는 2월 4일까지 휴무일로 지정해 9일까지 모든 건설작업을 멈춘다.
통상 ‘공기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업계에서 다수의 건설사가 동시에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원인이 ‘공기에 쫓겨 날림공사를 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날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처벌 수위가 지나쳐 만약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면 이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피해 외에 회사가 뿌리째 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의 책임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처벌로는 개인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건설사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법 시행 2주 전 중대재해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에 “최고 수준의 처벌”을 언급한 만큼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있고, 명절을 앞두고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기업 1호’라는 타이틀과 함께 엄청난 이미지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들이 “처벌의 공포”에 떨고 있다며 법을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현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처벌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개선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부가 법률의 모호성 해소보다는 기업에 대한 처벌과 엄정 수사만 강조하고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모든 책임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불명확한 의무무규정으로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조속히 보완돼야 한다”며 “정책이 산업안전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일각에선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로 경영계의 법 완화 주장의 동력도 잃은 상황에서 추후 업계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