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 정보 제공한 사기 계약”
“신한금투, 상품 설명 불충분”
“수사의뢰 안 해” 금감원 비판
“입맛 대로 골라 분조위 구성”
내부서도 “경영자가 책임져야”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독일 헤리티지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해당 펀드의 전액 배상과 철저한 조사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요구했다.
19일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연대(피해자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피해자 모임을 열고, 독일 헤리티지 DLS 펀드(헤리티지펀드)는 “거짓 정보를 제공한 사기 계약”이라며 계약 취소와 전액 배상, 정확하고 심도 있는 조사를 금감원에 촉구했다.
헤리티지펀드는 싱가폴 소재의 운용사가 운용하는 역외펀드로,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에 걸쳐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를 비롯해 하나은행, NH투자증권, 우리은행 등에서 주로 판매한 사모펀드다.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역사적·예술적·민속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역사·수도원·고성 등 과거 시대의 구조물 등의 부동산을 현지 시행사가 매입해 재개발한 뒤, 싱가포르 운용사가 이에 대한 분양 수익과 매각 차익으로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업계 전체 판매액은 약 5278억원이었으며, 현재 약 5072억원이 미상환됐다. 피해자 수는 2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신한금투의 경우 피해자 약 1610명에 피해 금액만 3796억원으로 전해졌다.
◆“신한금투, 상품 설명 허위·누락 기재”
피해자연대는 해당 펀드계약을 무효화해야 할 근거로 ‘상품 설명 불충분’을 강조했다.
이들은 “4~5단계의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되는 펀드의 투자구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나 기초정보조차 듣지 못했다”며 “각 금융사가 판매직원을 동원해 ‘수십 년간의 신뢰 관계’를 무기로 안전하다는 말에 속아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한금투 등 판매사 측이 헤리티지펀드를 판매할 당시 독일 부동산의 매력을 설명하면서 독일 현시 시행사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설명해 기망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호소했다.
앞서 일부 독일 언론은 헤리티지펀드가 투자한 독일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가 파산 신청을 했으며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연대는 “신한금투 임직원들이 지난 2017년 10월부터 다음 해 10월까지 여러 차례 독일이 베를린 하노버 라이프치히 등을 방문해 상품 출시 전반에 대해 필요한 점검 실사 업무 등을 실행했다”며 “그러나 실제 설정 투자 운용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고 누락 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들을 중심으로 상품을 설명했으며, 피해 고객들로 하여금 동기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한금투 명의의 설명서와 가입 신청서(계약서)에 기재된 시행사 관련 정보 및 사업계획이 모두 허위로 판명됐고 피해자들은 허위 서류임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서 “따라서 판매사가 허위임을 인지하고 판매했을 경우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가 돼야 하고, 모르고 판매했을 경우 고객의 착오를 유도해 가입하게 했으므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피력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판매사들의 거짓 기재 내용은 ▲기초자산의 실재성 ▲기초자산인 부동산의 감정평가 방식 및 평가기관 관련 ▲담보권 설정 등 안전장치 관련 ▲설명서상 대출 안정성 ▲독일 현시 시행사 신용 등이다.

◆“판매사 편드는 금감원? 없는 게 나아”
금감원이 신한금투에 대한 종합 및 부문 감사를 진행한 결과, 신한금투의 헤리티지펀드 판매 과정에서 부당권유 금지 규정을 위반한 점을 적발해 지난달 2일 제재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금감원이 판매사의 편에 서서 분쟁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연대는 “분쟁 조정을 위해 철저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하지만 독일 헤리티지 DLS만을 대상으로 한 금감원의 정확하고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건 실체 파악과 형사책임소재 유무를 가려야 하는데 금감원이 수사 의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검찰에 집단 진정을 했지만 검찰은 금감원 협조 없이 압수수색이 어렵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떠넘겼고, 금감원은 이미 검사가 끝나 (판매사) 제재 중이라는 문서가 왔다”고 호소했다.
임원효 피해자연대 고문은 “금감원은 계약 취소가 아닌 부분손해배상으로 가려 한다”며 “이렇게 판매사 편들고 대충할 바엔 감독원이 손 떼고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게 공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진행도 정확한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고문은 “금감원이 분쟁 조정 과정에 참여한 6명의 피해자 중 2명을 입맛대로 골라 분쟁조정위원회에 넣었다”며 “뽑힌 2명은 모두 변호사 선임을 안 한 사람이었다. 금감원에 따지니 ‘기억에 제일 뚜렷하게 남아서 그랬다’고 답했다”고 분노를 표했다.
분쟁조정위원회에 뽑힌 2명의 피해자는 현재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피해당사자의 분쟁조정위원회 기피신청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피해자연대는 “금감원의 밀실 운영으로 피해당사자가 회의 참석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가 지난해 대신증권 분조위에서 있었다”며 “피해자가 법에서 정한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부서도 경영자 처벌 목소리 나와”
피해자들은 계약 해지와 투자금 전액 배상, 철저한 수사뿐 아니라 판매사 경영자들의 처벌도 요구했다.
이들은 해당 펀드에 대해 신한금투 내부에서도 책임 경영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연대는 “신한 내부에서는 당연히 펀드리콜해야 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는데도 경영진들이 책임 추궁이 두려워 계속 끌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신한 직원들이 고소까지 당하자 내부 커뮤니티에서 책임을 하급직원에게만 미루는 경영진을 성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천지일보에 제공한 내부 커뮤니티 게시글 등 자료에 따르면 한 직원이 사내 커뮤니티에 “회장 자리, 은행장 자리가 그렇게 좋은가”라며 “‘아래 직원들은 잘못이 없다. 회장, 은행장의 잘못이다. 우리가 다 책임지겠으니 아래 직원들의 징계는 철회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이야기 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피해자연대는 “능력이 없으면 행장도 사장도 하지 말고, 이 능력밖에 없다면 은행 문을 닫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피해자들은 지난 13일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빠른 수사와 엄벌을 촉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