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이 한국 내 신탁 업무를 폐지하는 등 국내 사업을 대폭 줄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22차 위원회를 열고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외국은행이 국내 지점을 폐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려면 의무적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뉴욕멜론은행은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 35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는 홍콩에 있으며 투자와 투자 중개, 투자 관리, 자산 운용, 재무 컨설팅 등 업무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88년 서울 지점을 설립한 이후 일반 자금 및 사업자금 대출 영업 등을 해왔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사업을 대폭 줄이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캐나다 3위 은행인 노바스코셔은행도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해당 지점은 1978년 설치 후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해왔으나 본사의 글로벌 전략 재편으로 한국에서 발을 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0월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발표하는 등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탈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2003년부터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했으나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의 사업 축소나 이탈로 당초 목표가 무색하게 됐다.
이는 까다로운 규제와 노동 시장의 유연성 부재 그리고 세금 부담 등이 원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사업 여부는 결국 ‘비즈니스 모델’ 문제”라며 유인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뒤 구체적인 대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한편 뉴욕멜론은행 관계자는 “한국에서 기업 신탁 사업은 종료하지만 투자자문, 증권서비스, 재무서비스, 외환트레이딩, 기타 투자 솔루션 영역에서 인재 채용과 시니어 인력 재배치 등을 포함한 대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강화를 위한 사업 축소가 아닌 전략 사업 강화를 위한 사업 피보팅 전략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