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 ⓒ천지일보 2021.11.24](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7505_796779_3325.jpg)
내년 적용 인사제도안 발표
중장기 지속성장 기반 마련
승격·양성·평가 제도 중점적
‘직급체류폐지’ ‘시니어트랙’
연공서열 타파해 인재 중용
성과관리 도입으로 경쟁력↑
노조 “경쟁과 분열 부추겨”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적용하는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연공서열제를 없애고 젊은 임원이 나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것과 고령화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는 인사제도 개편안이 오히려 직원들 간의 경쟁과 분열을 부추긴다며 개편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개편안이 삼성전자 내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드는 ‘뉴삼성’으로 탈바꿈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9일 직급별 체류기간을 폐지하고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등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안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승격제도와 양성제도,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 조기 육성하는 ‘연공서열 타파’ ▲상호 협력과 소통의 문화 조성 ‘성과관리체제 혁신’ 등이다.
◆젊은 CEO 기대… “정년 지나도 일한다”
연공서열 타파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Fast-Track을 구현한다.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 구축했다.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했다.
다만 고령화, 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한다. 추가로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STEP 제도 도입해 인재 양성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전 마련했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해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 제도’를 신규 도입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 후보군을 양성할 계획이다.
특히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해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할 방침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Work From Anywhere 정책’도 도입할 예정이다.
◆상대평가→절대평가… 성과창출 지원도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성과관리체제를 전면 도입, 상호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 내고 조직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다만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서원들의 성과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한다. 또한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입을 막지 말라! 여전한 삼성의 무노조경영 실태폭로 공동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7505_796781_3325.jpg)
◆전문가 “글로벌 인사 시스템에 맞아”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 명예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에 대해 “우리나라는 현실에 맞지 않게 연공서열을 중시했다. 해만 지나면 승진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능력이 탁월해도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제도였다”면서 “(혁신안은)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구시대적인 인사체제를 혁파하고 글로벌 인사 시스템에 맞게 젊은 세대 경영진을 조기에 발굴하는 등 인재 육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조 “동료평가 도입… 인기투표로 전락”
같은 날 삼성전자 노조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제도 개편안 시행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러한 개편안이 삼성전자의 과도한 경쟁과 그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고과권자들의 권력 강화와 직원들의 줄서기 폐해가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경쟁과 분열,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이 삼성전자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더 악화시킬 것으로 뻔히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개편안을 개악안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부서장·팀장 권한 강화 ▲상시적인 업무평가 압박 가능성 ▲직원들 간 인기투표로 전락 가능성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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