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선을 앞두고 일부 한국 개신교의 정치편향적 행태가 최근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교계 내부에서도 정치와의 밀월관계를 끊어내고, 지난 역사와 과오를 성찰할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천아카데미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대선 정국, 기독교’ 를 주제로 2021년 하반기 대화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4968_793579_2715.jpg)
‘대선 정국, 한국 기독교’ 주제
원로 등 개신교인 대화모임
“개신교인, 특정 정치세력 결탁
대통령 후보 전위대로 맹활약”
“기득권 세력 이용해 성장도모
정치와 밀월관계 끊어내고
성찰 통해 본질로 돌아와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제20대 대선 정국이 가까이 오면서 일부 종교 인사들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등 정치편향적 행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단체 성명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발표한 것이나 지난 8월 목회자 1000여명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등이다.
개신교 내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기독교인과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싸늘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개신교 원로 등은 교회가 이 같은 편향적 행태에서 벗어나 사회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크리스천아카데미가 17일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연 모임에서다.
한국의 개신교는 대한민국 탄생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서 혼돈의 역사와 영욕을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개신교회는 정치 권력과 결탁하거나 스스로 권력이 돼 정치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와 한국 개신교’를 주제로 발제한 기독연구원느헤미야 배덕만 교수는 “개신교인들은 대선을 통해 대통령을 만들기도 했지만 때로는 대선에서 대통령과 대립했다”며 “이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는 상승곡선과 하강곡선을 무한 반복하면서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승만부터 전두환까지… 밀어주고 끌어줬다
배 교수는 이승만 장로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 정치판을 기독교인이 장악하겠다’는 인식이 개신교인을 중심으로 확산했다고 했다. 그는 “1952년 대통령 선거를 ‘기독교 대 반 기독교의 엄숙한 결전’으로 파악하고 ‘한국의 정치 자체를 기독교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개신교는 이런 의식 속에서 이승만 당선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개신교는 이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기독교선거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만장일치로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또 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도위원회, 군위원회, 교회위원회 등을 조직하고 선거 전날 주일에는 전국 교회에 ‘이승만의 당선을 위해 기도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5.16군사정변으로 당선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반공을 매개로 상생·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개신교는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지지하며 각계각층 지식인 원로, 청년, 학생 등이 모여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죽음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축이 된 신군부가 등장했을 때도 정교유착은 이어졌다.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의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행사에는 개신교 대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전 전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했다.
이 자리에서 정진경 목사는“어려운 시기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 구석구석까지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1961년 9월 30일 전 전 대통령이 간접선거를 통해 스스로 제11대 대통령 취임하자 개신교는 전두환 대통령 당선 축하조찬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 개신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민주 정부 시기에는 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주도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학법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자 보수 개신교가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다 2007년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이 대선에 출마하자 일명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형교회 등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선거판을 휩쓸었다.
배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인에 대해 교회가 한국의 기득권층 곧 특정 정치 세력과 친화적 관계를 맺으면서 교회의 성장을 도모했고 이들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신교는 반공, 친미, 친자본의 전위대로 맹활약을 하며 특혜와 특권을 누리면서 오랫동안 우파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하지만 장로 대통령을 만들어 내고 법안을 폐기시킬 정도의 황금기는 막을 내렸다. 특정 정권 및 이념과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철저하게 백의종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착오적 극우세력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개신교가) 당분간 광장에서 함성을 멈추고 골방에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개신교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하늘의 뜻을 얻었다’는 등 하나님과 성경으로 정당화했다”며 “그런 정당화는 하나님이나 성경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이는 개인적 사적 유익을 위해 하나님과 성당을 도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와 연결로 교회 역할 간과돼”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한국교회는 단수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회들로부터 하나의 공통적 정치적 주장이 나올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관점에서 동의할 수 있는 공공선을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5년간 집단 혹은 개인 사이의 갈등과 혐오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한국사회는 더욱 경쟁적이며 배타적으로 변해버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가 고통받는 시민에게 충분한 울림을 주기는커녕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정치와 연관되게 작동하면서 교회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이 간과되고 있으며 오히려 일부는 혐오적 발언을 쏟아내는데 앞장서는가 하면 특정 정치 세력과 결합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배제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며 “성찰을 통해 교회 본연 역할이 무엇인지 그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속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에게 종교는 삶의 의미를 지속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그만큼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이 많고 해야만 하는 역할도 막중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