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16일 독도를 방문했다는 여파로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한·미·일 3국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으며 17일(현지시각) 오전 10시에 잡힌 3자 협의회 시작 전에 불참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우리는 개최국 미국이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일 차관회의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회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국제사회나 일본 국내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또는 필요 할 때마다 독도 문제를 내세우며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던 바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독도는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을뿐더러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도 대한민국 영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이 내세우는 주장은 그 어느 것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미 학계에서도 확인된 바다. 그동안 억지 주장과 궤변으로 독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 노림수에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해 왔을 뿐이다.

이번 워싱턴 3자 협의회도 마찬가지다. 한·미·일 3국의 협력과 동아시아 평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일본이 이번 의제와는 전혀 무관한 독도 문제를 꺼내서 그동안의 협의 성과를 총결산하는 자리마저 거부한 것이다. 외교적 무례함을 넘어서 참으로 몰상식한 처사다. 대한민국 경찰청장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독도에는 우리 경찰이 영토 수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일본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찰청장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언제든 독도를 방문할 수 있다. 굳이 이런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상식 밖이다.

우리는 일본이 양자 외교무대가 아니라 다자 외교무대에서까지 독도를 흔들며 외교적 무례까지 일삼는 태도에 주목한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를 다소라도 회복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약한 리더십을 노렸다면 이는 착각이다. 일본의 터무니없는 독도 주장에 대해 우리는 여야가 없다. 혹 최근의 총선에서 압승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정치 전략이라면 이는 일본 정부의 극우 본능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충수일 뿐이다. 일본 정부의 저의와 실체를 이번에 다시 확인하면서 당분간 한일관계가 원만치 않을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