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로터리 한 빌딩에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이 내건 개 식용 금지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동교동 로터리 한 빌딩에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이 내건 개 식용 금지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반려동물 양육인구 312만명

文 ‘개 식용 금지’ 검토 언급

동물단체 “학대 악습 끊어야”

“생존권 위협” 육견협 반발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1. 지난 4일(한국시간) 축구선수 박지성(40)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선수 시절 자신의 응원가로 불린 일명 ‘개고기송’에 대해 “이제는 그만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박지성이 맨유에 있을 당시 팬들은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그래도 임대주택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 나아’라는 가사의 응원가를 불렀다.

#.2 지난달 27일 애견인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은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관계부처에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에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개 식용을 옹호하는 대한육견협회 등은 이에 항의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반려동물 양육인구 312만명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개 식용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이들을 통해 수입을 얻는 육견업계의 생계 문제가 거론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개고기 판매가 불법인 점, 몇몇 육견업체가 개를 불법적으로 도살하고 학대하는 문제 등을 들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해 언급했고 여야 대선 후보도 개 식용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반려가구 역시 개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생각해 개·고양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아픔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는 점, 개들을 철망으로 만든 뜬장에 가둬 학대하는 악습이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개 식용 문제는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개 식용을 금지하자는 여론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5월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개·고양이를 죽이고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78.1%에 달했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생존권 투쟁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식용견농가와 식용견업 종사들을 학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 2018.8.28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2018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생존권 투쟁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식용견농가와 식용견업 종사들을 학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 2018.8.28

이와 달리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개 식용은 전통적으로 이어온 문화로, 개인의 자유와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개고기를 먹는 수요가 존재하고 개 식용을 막게 될 경우 육견 사육업자와 판매상인 등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의 ‘개고기 섭취에 대한 인식에 대한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이상인 72.1%가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1.5%로 나타나 세 배 이상 많은 응답자가 개인의 선택을 존중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식용개사육축산농민단체와 대한육견협회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집에서 기르는 ‘친구 개’가 있고, 전통문화인 ‘식용 개’가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도 국민의 70% 이상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개 식용 문제를 건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이상의 소모적인 갈등은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대만의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개 식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립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 식용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개 식용 금지를 위해 작년 말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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