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3년 만에 1위’

소식에 ‘7만전자’ 탈출 성공

TSMC·인텔 맹추격, 계속돼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의 2021년 2분기 실적에 큰 호재가 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1위 자리에 다시 올랐다. 이에 3일 주가가 보름 만에 8만원선을 넘어서며 회복세를 보이는 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63조 6700억원, 영업이익 12조 570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20.21%(53조원), 영업이익은 54.26%(8조 1500억원) 각각 증가한 수치다.

◆메모리 호황… 3년 만에 인텔 추월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인텔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지 3년 만이다. 인텔은 1980년대 이후 30여년 넘게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2017년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가 처음 인텔의 매출액을 넘어선 바 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과잉 공급에 따른 시장 침체 영향으로 2019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0% 급감해 인텔이 2년 만에 다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1등 공신은 메모리다. 2분기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PC용 중심으로 수요가 강세를 보여 가이던스(예상 전망치)를 상회하는 출하량을 기록했으며 D램과 낸드 모두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지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품목인 D램(PC용 범용 기준) 가격은 2019년 10월 말 2.81 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상승해 지난달 말 기준 4.1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분기 생산 차질을 겪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장이 조기 정상화하면서 매출이 반등한 점도 호재다. 파운드리 사업은 2분기 미국 오스틴 라인 조기 정상화를 통해 실적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칩 공급 능력의 극대화를 통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이미지센서(CIS), 무선주파수칩(RF) 등 성숙(Legacy) 공정 수요가 지속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다양한 파생 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반면 인텔은 같은 기간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인텔은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96억 3100만 달러(약 22조 5700억원)와 55억 4600만 달러(약 6조 3800억원)로 집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5% 영업이익은 2.7% 감소했다.

3위 TSMC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순수 파운드리지만 1~2위 업체를 위협할 수준으로 몸집이 커지고 있다. TSMC는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721억 5000만 대만달러(약 15조 1900억원)와 1456억 7000만 대만달러(약 5조 9500억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9.8%, 영업이익이 11.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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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름 만에 ‘8만전자’ 회복

삼성전자가 지난 3일 장중 8만원선을 회복했다. 지난 7월 16일(장중 고가 8만 100원)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식과 한국 반도체 수출 호조와 반도체 업황 우려 속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0시 34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500원(1.89%) 오른 8만 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 12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3일 오전 10시 53분 기준 315만주를 사들였다.

반도체 수출 호조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7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최근 3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했고 역대 7월 수출액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부진 원인으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정점 우려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원선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반도체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둔화하고 메모리 공급과잉 현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에 불리한 국면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인텔, TSMC 등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들이 뒤쫓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총수가 부재인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변화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천지일보DB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천지일보DB

◆“3분기에도 반도체 호황 지속”

4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문이 가이던스를 상회한 출하량과 가격 상승폭 확대,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원가 절감 등에 기인해 전체 사업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의 원가절감은 경쟁사 대비 미흡했으나 2분기부터 강한 회복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6조 9300억원으로 1분기(3조 4000억원)의 2배 이상을 벌어들여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거뒀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분기 실적은 매출액 70.3조원, 영업이익 15.8조원을 예상하는데 특히 반도체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부적으로는 D램, 낸드 출하증가율이 상향되고 비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반영될 전망이다. DP(디스플레이) 부문은 애플을 중심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규 제품 출시로 가동률이 상승한다. IM(모바일) 부문은 폴더폰 등 신제품 출시로 매출은 증가하지만 마케팅비 역시 증가한다. CE 사업은 TV 출하량이 개선되나 제품 믹스 및 원가 절감이 이뤄지고 가전은 비수기에 진입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 5000원으로 유지했다. 현재 주가는 12개월 FWD 기준 PBR 1.7배로 과거 역사적 PBR 밴드 상단 2.1배를 밑돌고 있다. 분기 실적이 개선됨에도 주가 상승이 더딘 이유는 글로벌 거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시장의 수요 성장 대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증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모습.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모습.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1위 수성 전략 필요한 때

삼성전자의 1위 탈환은 반도체 가격이 오른 덕이 크다. ‘1위 굳히기’에 나서기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와 수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향한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 강대국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인텔과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의 맹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이미 사업구조 재편에 거액의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사업 일부를 SK하이닉스에 매각한 대신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신설하기 위해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도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주 소식을 전하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TSMC는 이 중 50% 이상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이 분야 2위지만 격차가 커 쉽지 않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TSMC는 독주체제를 굳히기 위해 향후 3년간 대만·미국·일본 등에 1000억 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한다. 매년 37조 6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133조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에 38조원을 증액해 총 171조원을 해당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TSMC를 앞섰지만 파운드리 부문에 투자하는 규모는 작기 때문에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매년 30조원 이상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는 연 10조원 안팎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텔까지 200억 달러(23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300억 달러(34조원)를 들여 세계 3위 파운드리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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