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새 총리가 전화통화로 한일 정상회담을 처음 가졌다. (출처: 청와대,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2020.9.24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새 총리가 전화통화로 한일 정상회담을 처음 가졌다. (출처: 청와대,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2020.9.24

日정부, ‘정상회담 수용’ 통보

여전히 과거사 문제 입장 반복

“징용‧위안부 해법 없으면 짧게”

전문가 “당분간 관계 개선 어려워”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조율하고 있다는 일본 매체들의 보도가 11일 나왔다.

다만 양측 간 강제 징용 문제나 위안부 소송 등 과거사 현안들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히 큰 상황인 만큼 실제로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지, 성사된다하더라도 성과물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日언론 “한일정상회담 조율 중”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이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경우 정상회담을 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에 한국 측에 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수행할 전망”이라며 “한일 양국 정부는 정 장관이 8월쯤 다시 일본을 방문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소송의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전망이 없으면 정상 회담을 짧게 하려는 태세”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매체들은 여러 차례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일 및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지만, 양국 정부는 모두 부인해 왔다. 양측 정부가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선을 긋고 있는데도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개막식에 문 대통령이 온다면 외교상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고, 청와대도 다음 날인 9일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가 예견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도쿄=AP/뉴시스]지난달 29일 도쿄올림픽 경기가 열릴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의 앞으로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23일 개막한다.
[도쿄=AP/뉴시스]지난달 29일 도쿄올림픽 경기가 열릴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의 앞으로 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23일 개막한다.

◆문대통령 방일 자체 무산될 수도

일본 매체들이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연일 띄우고 있지만, 한일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측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조율이 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방일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날 보도만 봐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일제 강점기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법원 판결이 기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 요청을 수용해 한국 측에 통보했다’는 내용대로라면 회담 자체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도 한일 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진 않았다.

우수근 콘코디아 대외교류 부총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딱히 원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마 우리 정부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동원해서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봐진다”면서 “과거사 문제라든지 한일 간 이슈들이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터라 얼마만큼 조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물론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해서 당장 관계 개선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실현되면 지난 2019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회담한 이후 약 1년 7개월만이다.

작년 10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의 회담은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했지만 짧게 인사만 나눴다.

[콘월(영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콘월(영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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