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6.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6.28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직격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다만 임기를 마치지 않은 최 원장을 향해 유감을 표했다. 문대통령이 기관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유감을 나타낸 건 매우 이례적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0분쯤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이 이날 오전 구두로 유영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지 9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표 수리가 이뤄진 것이다.

사의를 수용하면서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전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강한 아쉬움을 표명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표현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최 원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할 때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사의를 표명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06.28.
[서울=뉴시스] 사의를 표명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06.28.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사표를 제출했고, 문 대통령은 사의 표명 한 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윤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면직안 재가까지는 20시간가량 걸렸지만 역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의 미묘한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징계 등 여러 가지 충돌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발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 원장은 윤 전 총장과 같은 특별한 과정이 없었음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임기를 지키지 않고 물러났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바라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은 어쨌든 추미애 전 장관이 징계하려고 들었기 때문에 본인이 불만을 갖고 이탈할 수 있다고 보는데, 도대체 최 원장은 왜 가는가”라며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표시한 적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이분을 압박하거나 쫓아내려고 무슨 징계위를 열거나 그런 적이 없다. 이분은 정말로 자가발전”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월성원전 감사 등에서 특별히 최 원장 거취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야말로 대권을 위해 직을 던졌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최 원장은 오전 9시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4년이다. 그러나 최 원장은 임기를 약 6개월 남겨놓고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감사원장의 직무 대행은 강민아 위원이 직무를 맡을 전망이다. 강 위원은 감사위원 중 최장기간 재직한 2명 중 한명이며, 2명 가운데 제일 연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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