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 있는 12층 콘도형 아파트가 붕괴된 후 25일(현지시간) 수색 작업을 하는 가운데 잔해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최소 5명이 사망했고, 156명이 실종됐다. (출처: 뉴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 있는 12층 콘도형 아파트가 붕괴된 후 25일(현지시간) 수색 작업을 하는 가운데 잔해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최소 5명이 사망했고, 156명이 실종됐다. (출처: 뉴시스)

화재·폭우로 수색 작업 난항

실종자 156명·사망 5명 늘어

3년 전 결함 보고서 무시 의혹

원인 규명에는 수개월 걸려

외국인 실종↑… 이스라엘 지원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나 잔해더미 속 화재가 발생하고 폭우까지 간간이 내려 수색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준 생존자 구조 소식도 아직 없는 상태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명의 희생자를 발견해 사망자 수가 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3명의 신원을 확인해 실종자는 156명으로 줄었다.

하루 종일 구조대원들은 구조견과 수중 음파 탐지기로 산더미 같은 잔해들 안에서 생존자를 찾았다. 크레인 한 대가 큰 더미를 치우면 수십명의 구조대원이 큰 기계와 작은 양동이, 드론, 마이크를 각각 가져와 잔해 속을 파헤쳤다. 잔해 밑에서는 불이 타올라 연기와 악취가 공중으로 치솟았고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며 시야를 가렸다.

소방서장 앨런 코민스키는 “우리가 움직이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다. 지금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3년 전 경고 무시?… 인재 가능성도

이번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국 역시 이를 규명하기 위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1981년에 완공된 마이애미 인근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가 붕괴되기 3년 전 안전점검에서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한 게 뒤늦게 밝혀지면서 ‘인재(人災)’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018년 10월 프랭크 모라비토 컨설턴트는 이 아파트의 수영장 갑판 아래 콘크리트판이 심하게 훼손됐고 지하 주차장 기둥과 벽에 금이 많이 갔다는 보고서를 냈다.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만간 수백만 달러짜리 보수 작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건물의 상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민위원회는 붕괴 이후 일부 문제점들을 공개했지만 콘크리트와 철근 손상의 전체적 원인은 지속적인 누수와 주변 해변으로 인한 부식성 염기 노출 때문임이 명백해졌다고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보수가 필요했던 콘크리트 균열과 파손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 보고서는 2018년 11월 13일 마을 건축 부서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W 버켓 서프사이드 시장은 이날 이 보고서에 따른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트 카운티장은 그 지역 공무원들은 2018년 당시의 보고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하고, 카운티 내 40년 이상 된 모든 건물에 대한 30일간의 감사를 발표했다.

이 아파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을 대변하는 변호사인 브랜드 손은 2018년 보고서 직후 건물 내 주요 문제점들을 고칠 보수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이유를 아직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서프사이드타운 위원인 엘리아나 살즈하우어는 NYT에 붕괴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8년 보고서에서 엔지니어가 확인한 문제점들이 구조적 실패의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위원회가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하다”며 “문서를 보면 이 문제들은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물 구조의 궁극적인 실패 원인을 평가하는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콘크리트 건전성, 싱크홀 또는 기타 침하의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한 토지 조사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 애간장 “희망 안 버려”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는 일광욕을 즐기는 뉴욕 출신의 은퇴자들과 기술이나 부동산에 종사하는 입주민들, 정통 유태인, 남미 가족, 파라과이 시골에서 첫 해외여행을 떠난 23세의 유모 등이 뒤섞여 마이애미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실종 신고자의 3분의 1이 외국인이고 현재 10여개국 이상에서 가족들이 사고 현장 방문을 목적으로 비자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실종자들 중 약 20여명이 이스라엘인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수색 지원을 위해 공학 및 구조 전문가 팀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도 지원 팀이 파견됐다.

실종자들 중에는 소위 ‘코로나19 백신 원정 접종’에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콜롬비아 출신의 변호사인 루이스 바스(51)와 그의 가족은 플로리다로의 여행이 여러 가지 목적에 부합했다고 한다. 일부 가족들이 플로리다에 있는데다, 콜롬비아의 백신 공급이 너무 늦어 언제든 무료 접종이 가능한 미국에서 백신을 맞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바스는 아내와 딸과 함께 지난달 말 플로리다에 도착해 백신을 접종하고 친구의 아파트인 이곳에서 잠시 머물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들 가족은 마이애미에 하루 일찍 도착했고, 참사를 당했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의 자매 가족도 백신 접종을 위해 이 아파트 10층에 머물렀다가 건물 붕괴 후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파라과이 당국은 밝혔다. 레이디 바네사 루나 빌랄바(23)는 고향 파라과이 시골에서 파라과이 영부인 친척들의 보모로 일하고 있었다. 그의 사촌에 따르면 빌랄바가 해외에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종자들의 가족들은 서프사이드의 주민센터에 모여 소식을 나누고 눈물을 흘리고 뉴스에 나오는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물리적, 인명 피해 규모를 전쟁과 폭격, 9.11 테러 등에 비교했다.

실종된 시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며느리 샐리 노리에가는 NYT에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머니가 그렇게 큰 붕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지만 무엇이든 가능케 하는 신을 믿는다”며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다고 하면 바보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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