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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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보선을 앞두고 LH발 땅 투기 논란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LH 직원들의 땅 투기 뉴스는 그렇잖아도 부동산값 폭등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젠 분노를 넘어 절망에 가까운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돈 몇 푼 아껴가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테러’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으며, 국민의 삶인들 온전할 수가 없다. 광풍은 반듯한 모든 것을 쓸어버린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LH 일부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단골메뉴였다. 정치인들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 사회 지도층 인사들, 여기에 크고 작은 기업들과 부동산 투기세력까지 더해진다면 그동안 나라 전체가 그 광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아니 그런 대책을 애써 외면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돈과 권력, 심지어 정보까지 쥐고 있는 그들의 특권을 굳이 스스로 제한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새 국토 전체가 모든 국민들의 투기장이 되고 말았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는 그 일단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투기한 땅에 값비싼 묘목을 심거나, 창고나 집을 짓는 등의 천태만상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수원지법 소속 공무원이 속한 영농법인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40억원을 들여 개발 예정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에는 사법부 소속 공무원이다. 공익에 복무하는 공무원들의 사익 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 사법부도 예외가 아님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디 수원지법 뿐일까. 법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사법부도 이런 모습이라면 ‘전 국토에 대한 전 국민의 투기세력화’가 일상화 됐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만 돈 없고 정보도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만 제외될 뿐이다. 그래서 그런 국민들은 더 비통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LH의 투기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을 언급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로서 그동안 생활 주변의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생각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진정성’이 떨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수 십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거의 두 달마다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매번 허탕이었다. 심지어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 값은 폭등했다. 그 결과 이젠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가 돼버렸다. 누구 탓인가. 정부의 정책실패가 원흉이다.

임기 초부터 정책실패가 반복됐다면 먼저 부동산 시장의 적폐가 무엇인지부터 짚었어야 했다. LH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부터 체크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경제 참모들과 경제부처 수장들을 다그칠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흉임을 직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매번 그들을 감싸면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자신의 참모들만 소중히 여긴다면, 문 대통령은 과연 누구의 대통령이란 말인가. 거기서 ‘촛불혁명’을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젠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 일 년여 남은 임기 동안 부동산 적폐세력을 일소하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투기세력의 발본색원과 일벌백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직자들에 대한 책임은 더 가혹하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법을 어겨서라도 땅 투기를 해놓으면 언젠가는 엄청난 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회의 몫이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징벌적 배상과 투기 이익을 환수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LH를 이참에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공룡처럼 덩치가 커져버린 LH조직은 이미 공기업으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참에 핵심 기능을 분리시키고 임직원들의 보수와 직제, 인력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최근의 퇴직자들을 포함해서 구성원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조직을 제대로 일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에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한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아주 적절하다. 문 대통령의 의지대로 부동산 적폐가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는다면 이는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최적의 적폐청산이요, 동시에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상징’이 될 것이다.

마침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여야 합의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도 예고돼 있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게다가 근래 볼 수 없었던 여야 합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여야 모두가 정략의 수단으로 삼지 않길 바란다. 야당은 이전의 야당과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여당은 이번이 적폐청산 작업의 최후 승부처로 삼는다면 비로소 ‘정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국민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국민에게 모처럼, 아주 모처럼 ‘정치’가 국민 모두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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