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쪽도 안되는 남루한 삶”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희생자 유족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죄는커녕 진실을 가리고 호의호식하고 있는 독재자. 전두환씨는 끝끝내 알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기사를 보고 종일 먹먹했다. 유족 앞에 엎드려 오열하고, 서로 얼싸안고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며 모질었던 우리 근현대사를 책망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적었다.
앞서 이날 오후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씨가 자신의 사격으로 무고한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유족을 만나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가해자가 자신이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80년 당시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으로 5월23일 남구 노대동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순찰하던 중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인 보성으로 이동하던 고(故) 박병현씨(당시 25세)를 쏴 숨지게 했다.
이 지사는 “사죄와 용서, 그리고 치유의 길이 얼마나 아득한 길인지 새삼 절감한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리고 당시 발포했던 공수부대원들. 또 얼마나 많은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이 오늘도 숨죽여 지난날의 악몽을 마주하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두환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죄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저 숭고한 삶의 장면들을 끝끝내 이해도 느끼지도 못할 것”이라며 “한 평생 떵떵거리며 살았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서는 반쪽도 안되는 남루한 삶”이라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