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압수수색… 강제수사 시작
국수본 전면 등장하는 첫 사건
공소권無 국수본 수사 성공 시
수사·기소 분리 탄력받을 수도
반면 수사 실패 지적받을 경우
도리어 수사권조정까지 위협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투기 의혹과 관련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이 전면에 나선 이번 수사의 성패가 수사·기소 분리의 완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인 9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쯤 수사관 등을 경남 진주 LH 본사 등으로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경기 과천의 LH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의 LH광명시흥사업본부를 비롯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현직 직원 13명의 자택 등이었다.
이번 LH 수사는 국수본이 중심이 돼 이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수본을 비롯해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설치를 주문했다.
올해 처음 출범한 국수본은 지난 2월에서야 남구준 국수본부장이 취임하는 등 아직 본격적인 활약에 나선 바가 없다. 전 국민적 관심을 끈 이번 LH사건이 국수본이 전면에 등장하는 첫 사건인 셈이다.
이번 수사는 뿌리 깊은 부정부패의 발본색원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과 맞물려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전망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탄생한 국수본이 처음 제대로 활약할 사건이라는 점, 기소권이 없는 국수본의 수사 성공 여부에 따라 정부·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포함해 추진 중인 수사·기소 분리의 성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험대 오른 국수본 수사 능력
먼저 이번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된 경찰의 수사역량을 증명할 기회다.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의심은 검경 수사권 반대 측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특히 LH사건 시작부터 야당은 줄기차게 검찰의 수사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조사에 임한다지만 그 조사가 제대로 된 조사가 될지 매우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검찰로 하여금 엄밀한 수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특수본을 구성하면서 검찰은 제외했다. 이번 땅투기 의혹이 검찰 직접 수사 범위인 ▲부패범죄 ▲경제범죄(주식거래 등만 해당)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원론적인 이유지만, 마찬가지로 수사권이 없는 국세청이나 금융위가 특수본에 참여한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국수본이 활약할 무대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실제 정 총리도 “부동산 투기 등 민생경제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핵심 수사 영역이며 경찰 수사역량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새롭게 출범한 국수본이 수사역량을 국민께 보여드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을 명심하고, 비상한 각오로 모든 수사역량을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남 국수본부장도 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그동안 부동산 특별단속 수사역량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수본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1·2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발생했을 당시 검찰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관련 기관으로부터 파견도 받아 경찰도 참여했다”며 “상당수 성과가 경찰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사·기소 분리해도 된다’는 자신감 이어질까
국수본의 창설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시즌 1’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 2’를 추진하고 있다. 남 본부장이 자신감을 표현한 만큼 기소권이 없는 국수본이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도 국가의 수사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암초가 많다. 일단 이 사건은 정부합동조사단이 먼저 조사를 벌인 뒤에 국수본에 수사를 의뢰하는 형식으로 처리된다. 국수본이 원 없이 실력 발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합동조사단 결과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수사전문가가 아닌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엔 빈틈이 많지 않겠냐는 우려도 크다.
또 영장이 필요할 경우 검찰은 곧바로 법원에 청구할 수 있지만, 국수본은 검찰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수사 속도가 느려지지 않겠냐는 염려도 존재한다.
게다가 결국 범죄자는 법정에서 유죄를 받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소 유지를 담당할 검찰이 유죄를 끌어낼 수 있는 수사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경찰이 과연 ‘거물’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을 때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냔 걱정도 나온다. 다만 이 사건이 국수본과 검경수사권 조정, 나아가 검찰개혁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수본이 축소 없이 완벽하게 수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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