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조감도(10.27법난기념관,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27일은 10.27법난 사건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불교계는 10.27 법난기념관사업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2018년도까지 완공이 됐어야 하는 법난기념관사업은 2020년, 벌써 2년이 지나가기까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사진은 사업 초반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조감도(10.27법난기념관,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여전히 부지 매입 ‘난항’ 봉은사·동국대로 또 변경
사업계획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 놓고 ‘골머리’
“피해자 보상·진상조사 필요” 목소리 수없이 제기
원행 임기 내 숙원 사업 “내년 구체적 추진 방침”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오늘은 10.27법난 사건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계획안 제출 단계부터 특혜 논란과 부진한 예산집행으로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조계종 10.27 법난기념관사업. 2016년부터 해당 사업에 대해 집중 보도한 천지일보는 10.27법난 사건이 일어난 지 4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사업 진행내용과 이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 등을 되짚어봤다.

10.27법난 사건은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정권을 장악해 나가던 전두환 정부 시절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사업 명분으로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을 수색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스님 및 불교계 관계자 1776명을 강제 연행해 폭행·고문한 사건이다.

불교계는 이 사건이 한국 불교계사의 치욕이자 1980년 신군부의 정치적 시나리오에 불교계가 무참히 짓밟힌 사건이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을 불교 탄압으로 규정해 ‘법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불교인권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불교협의회는 2005년 ‘10.27 불교법난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과오를 인정하고 이 사건을 ‘국가권력 남용사건’으로 규정했다. 2008년 3월에는 ‘10.27 법난에 대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특별법)’을 제정했다. 국회에서는 법난 피해자에 대한 보상비로 1500여억원의 기금조성을 해줬다. 그러나 국민 혈세로 이뤄진 거액의 보상비는 ‘10.27 법난기념관’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피해자가 아닌 종단에 돌아갔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기념관건립사업은 5년이 넘도록 사업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조계사 일대 상가와 부지 등 매입이 원활하지 않아 지난 3월 4일 조계종은 사업부지를 봉은사와 개운사 일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봉은사 주차장. ⓒ천지일보 2019.7.19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기념관건립사업은 5년이 넘도록 사업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조계사 일대 상가와 부지 등 매입이 원활하지 않아 지난 3월 4일 조계종은 사업부지를 봉은사와 개운사 일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봉은사 주차장. ⓒ천지일보 2019.7.19

◆ 사업 6년째 표류… 부지 매입 또 ‘난항’

2018년도까지 완공이 됐어야 하는 법난기념사업은 2020년 기념일이 지나가기까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조계종은 2014년부터 법난기념관 사업부지 배치계획도 등 사업계획서를 제출, 2015년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 견지동·수송동 일대에 10.27법난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당초 사업비는 1670억원 중 90%인 1513억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조계종이 157억여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사업 부지를 이곳으로 선정한 이유는 조계사 일대가 10.27법난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종로구 일대 사유지를 매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법난기념관이 크게 2개동으로 세워질 예정이었는데 이 가운데 1동 예정지 중 사유지가 75.5%, 서울시 땅이 7%다. 2동 예정지는 100% 사유지다. 사업 부지의 80%가 사유지인 만큼 부지 매입 문제는 사업 초기부터 난항이 예상됐던 사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화관광체육부는 법난기념사업을 일몰 하지 않고 사업 기간을 2022년으로 연장해주게 된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사업 기간에 맞춰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 4일 사업 부지를 서울 강남구 봉은사와 개운사 일대로 변경했다. 그러나 개운사 역시 소유권 변경 등으로 신규부지 선정 역시 난항을 겪게 되자, 조계종은 사업 부지를 또다시 변경하게 된다.

최근 변경된 부지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일원과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인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건립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또한 기존 조계사 일대에 조성하려 했던 법난기념관을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봉은사와 동국대 일산병원 인근으로 분리하는 방안으로 대체하게 되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에 사업은 더욱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2019년 10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2019년 10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 법난 피해 스님 “피해자부터 보상해달라”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피해자 보상이나 진상조사가 아닌 기념관을 짓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수도 없이 제기돼왔다.

법난사건 피해자 일선스님은 지난해 11월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상비를 탐내는 일부 정치승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와 국회로 인해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제대로 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스님은 “법난기념관건립이 우선이 아니라 먼저는 살아있는 63명의 피해 스님들부터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선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의 피해자다. 국회가 책정한 법난 피해자에 대한 보상비를 피해자 1인당 배상액으로 환산하면 인당 약 15억 6000만원의 배상금이 지급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스님은 2011년이 돼서도 정부로부터 피해 기금 165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선스님은 “국가와 정부는 피해자들의 한이 없도록 피해 보상비에 대한 조사를 재검토해서 법난 피해자들이 아닌 자들에게 국민 혈세가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난기념관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채이배 전(前) 민생당 의원은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대표 사업으로 조계종과 문화관광체육부가 함께 추진하는 10.27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4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10.27법난기념관 사업이 세금을 낭비하고 재정을 방만하게 하는 개별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10.27법난 제38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10.27법난 제38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 조계종 숙원 사업 ‘10.27법난기념관’

비판의 목소리에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임기 중 꼭 이뤄내야 하는 사업으로 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을 꼽는다. 원행스님의 총무원장 임기는 앞으로 2년 남았다. 이에 따라 원행스님 체제의 조계종은 내년 백만원력결집 불사 등의 목적사업 중 종단의 최대 숙원 사업으로 10.27법난 기념관 건립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종단 재정에도 큰 영향을 주면서 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은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주재한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는 10.27법난 기념관 건립 추진에 관한 현황 보고가 이뤄졌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안건을 보완한 뒤 11월 5일 개원하는 제219차 정기중앙종회에 종단 주요안건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법난기념관사업은 애초에 예정한 2022년에 사업을 마치지 못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조계종은 기념관 완성을 위해 정부에 사업계획 변경 계획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와 총사업비 보전을 요구하는 중이다. 지난 4.15 총선 때는 ‘사회통합과 전통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제안’ 자료집을 만들어 각 정당에 배포하기도 했다.

문체부 2017년 예산안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 내용 중 일부. 10.27법난 기념관 건립을 위해 지난해 200억원, 올해 632억 9200만원이 투입됐으나 지난해에는 14억 8500만원이 사용됐고, 올해는 8월 말까지 한푼도 사용되지 않아 수백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문체부 2017년 예산안)
문체부 2017년 예산안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 내용 중 일부. (출처: 문체부 2017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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