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용하는 수세미나 비누 등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9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세미나 비누 등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9

 

산업폐기물에서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변신

양말목 공예로 컵받침부터 대형 러그까지

팜오일 대신 코코아 버터로 만드는 비누

일상의 작은 실천이 가져오는 큰 변화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사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20년은 잃어버린 1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답답함이 많이 줄었다. 마스크가 진화돼 숨 쉬기가 초기보다 편해진 덕인지, 아니면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된 까닭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제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때, 집콕 생활도 무뎌질 만큼 무뎌진 지금, 슬기로운 집콕 생활도 한 단계 진화해 ‘환경’까지도 생각하는 취미 생활이 늘고 있다.
 

 

산업폐기물로 버려졌던 양말목이 러그나 컵받침 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천지일보 2020.10.9
산업폐기물로 버려졌던 양말목이 러그나 컵받침 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천지일보 2020.10.9

먼저는 ‘양말목 공예’다. 사전적 의미의 양말목은 발목에 닿는 양말 부분을 말하나 ‘양말목 공예’에서의 양말목은 양말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산업폐기물로 양말 앞코 마감을 위해 잘려지는 가윗밥을 말한다. 양말목이 고무줄 모양의 둥근 끈 형태를 이루는 이유다.

양말 소재의 특성상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으며, 그 색도 다양해 여러 형태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 컵받침, 냄비받침, 바구니, 가방, 발 매트, 대형 러그는 물론 아이들을 위한 인형이나 장식품, 나쁜 꿈을 걸러준다는 드림캐처까지 그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

버려지던 산업폐기물이 새로운 공예 소재가 되면서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도 보호하고 필요한 물건도 직접 만드는, 그야말로 슬기로운 취미 생활 ‘양말목 공예’는 무엇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재료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먼저 양말목 20개와 직조틀을 활용해 컵받침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직조틀에 양말목 10개를 먼저 끼우고, 나머지 양말목 10개를 기존에 끼운 양말목에 십자 형태로 위, 아래를 반복해서 교차시켜 끼워주면 된다. 눈 깜짝할 새 한 개의 컵 받침이 완성된 것이다.

직조틀을 사용하지 않고 양말목과 관절염 없는 튼튼한 손가락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양말목 사이에 또 다른 양말목을 차례대로 끼우면서 생긴 구멍 사이로 다른 양말목을 빼내는 것을 반복하는 방법이다. 마치 뜨개질을 하듯 ‘코’가 생기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크기는 사용자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한 양말목 공예품은 여러 번 빨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팜오일 대신 코코아버터로 만든 비누를 사용하는 등 일상의 작은 변화가 환경 보호라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9
팜오일 대신 코코아버터로 만든 비누를 사용하는 등 일상의 작은 변화가 환경 보호라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9

양말목 공예 외에도 친환경 수세미 뜨기, 친환경 천연 갈대 빨대 만들기 등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로 다양한 취미 활동이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친환경 소비활동이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일상의 모든 활동들도 취미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생각에만 머물러 있던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와 같은 생활 방식으로 바꿔 나가는 것도 분명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보통 원데이 클래스 등으로 공방이나 작업실 등에 모여 만들었던 천연세제나 비누와 같은 것도 집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특히 팜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팜프리 비건 비누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팜오일은 라면, 과자, 샴푸, 세제, 비누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성분이다. 팜오일은 과육에서 채취한 기름으로 팜유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은 코코넛의 2배, 유채의 7배, 대두의 10배가 되는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저렴하고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지만 팜오일을 얻는 과정에서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열대우림의 파괴가 심각하다고 한다.

 

팜오일을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불태워지는 일이 빈번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9
팜오일을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불태워지는 일이 빈번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0.9

이는 전 세계적으로 팜오일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름야자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숲을 태우기 때문이다. 한 시간마다 약 축구장 300개 크기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고 하니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알만하다. 여기에 더해 열대우림이 사라지니 오랑우탄을 비롯해 코끼리, 호랑이, 코뿔소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먹이와 쉴 곳을 찾아 농장이나 인가로 내려가 사살당하거나 암시장에 팔려나가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에 팜오일 대신 자연에 무해한 코코아 버터를 이용해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화학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비누는 스스로 분해되기 때문에 강과 바다에 흘러가도 자연을 해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이와 함께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 또한 장기전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지만 분명 그 끝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중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지만 취미처럼 시작된 그 작은 변화들이 가져올 커다란 축복을 위해, 오늘 우리 슬기로운 취미 생활 하나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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