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천지일보 2020.3.6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천지일보 2020.3.6

이인철의 경제분석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정부는 곳간을 풀고 한은은 양적완화로 시너지 내야

대기업은 협력업체 지원… 소비자는 정상 소비활동

-핵심요약-

◆韓경제 0%대 성장률까지도

최악의 경우 올해 제로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이 6월말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최악 상황이 오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0.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투입 소비심리 되살릴지 의문

정부가 백화점식 지원대책을 쏟아냈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신차 구매시 개별소비세 인하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시 환급제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했고, 근로자 국내관광 지급 휴가쿠폰도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최악 시나리오 대비 플랜B는 무엇

재정건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곳간을 풀고 한국은행은 양적완화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지원하며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소비자들은 정상적인 소비활동이 궁극적으로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 몸살에 걸린다.” 우리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빗댄 표현이다. 그동안 탈중국을 외치면서도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전체의 25%를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0,1%)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만에 하나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경우 세계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6.0%에서 5.6%로 대폭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5.8%에서 5.2%로 낮추면서 코로나19의 여파가 2분기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p 떨어질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0.2%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영향으로 한국이 가장 큰 피해국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5766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5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기동 뉴고려병원에 마련된 안심외래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3.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5766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5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기동 뉴고려병원에 마련된 안심외래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3.5

◆코로나 사태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 ‘제로 성장’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올해 제로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6%로 한꺼번에 0.5%p나 낮췄다. 이 정도면 쇼크 수준이다.

S&P는 중국과 연계된 한국 기업의 공급망과 생산 차질을 우려했다. 이로 인한 제조업 충격, 중간재의 중국 수출 감소 등이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8%로 낮춘 데 이어, 만에 하나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이 6월말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0.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계 모건스탠리도 같은 이유로 최악의 경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0.4%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세 차례뿐이다. 또한 2017년(3.1%)을 경기 정점으로 3년 연속 경기가 둔화되는 역대 최장기 경기 침체를 기록하게 된다.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30조원 재정 투입해 코로나 위기 극복한다”… 실효성은?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극복과 경기보강을 위해 총 30조원이 넘는 자금을 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추경, 금융지원, 세제혜택과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총 동원하기로 했다. 특히 코로나 추경 규모는 2015년 메르스 당시 11조 5000억원을 웃도는 11조 7000억원이 편성됐다. 이들 재원은 방역체계 지원과 보건용품시장 안정화 등 방역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것은 물론 피해 소상공인 지원과 내수 소비 회복을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우선 위축된 내수소비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눈에 띈다. 이달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70%를 100만원 한도에서 깎아준다. 지난해 할인율 30%보다 두 배 이상 할인폭을 확대했다. 같은 기간 체크, 신용카드사용액 소득공제율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높였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구입금액의 10%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또 일과 가정 양립 추세에 맞춰 일자리·휴가·문화·관광·출산 등 5종 쿠폰제도도 도입한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면서 집에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맞벌이 부모는 가족돌봄휴가(무급)를 쓸 경우 최대 5일간 하루에 5만원씩 부부합산 최대 5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고 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세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우선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료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건물주가 임차인의 임대료를 인하해줄 경우, 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감면해주기로 했다. 임대료 지원은 민간 건물주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이 소유한 건물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피해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대출 연장과 경영자금 지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1%대 저금리로 피해 소상공인들에게 긴급 경영안정자금 3조 2000억원을 지원하고 기존 대출만기도 최소 6개월 연장해주기로 했다. 연매출 6천만원 이하 영세 개인사업자 90만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내년 말까지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낮춰 최소 연 20만원에서 80만원 정도 세부담을 줄여 주기로 했다.

백화점식 지원대책을 쏟아냈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신차 구매시 개별소비세 인하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시 환급제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한 바 있다. 근로자가 국내관광시 지급하는 휴가 쿠폰도 지난해 8만명에서 올해 12만명으로 1.5배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코로나 쇼크가 자칫 만성적인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책은 타이밍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플랜B를 전 국민이 준비해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조치가 최선의 경기방어대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이구동성으로 코로나 추경 편성에 동의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해소된 만큼 코로나 추경 규모와 용도가 더 중요해졌다. 피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

재정건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정부는 곳간을 풀고 한국은행은 양적완화로 시너지를 내야한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는 동결하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3%에서 2.1%로 낮췄다. 불안한 부동산시장, 16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을 감안한 조치다. 마지막이 될지 모를 금리인하 카드를 시의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지원하며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위기를 인력 구조조정의 기회로 악용하는 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수입다변화와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정상적인 소비활동이 궁극적으로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는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위기를 이겨낸 우리국민의 DNA를 다시 한 번 보여줄 때다.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팬데믹은 경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최근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질 경우 투자,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6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하 카드

한국은행의 현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연1.25%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시중에 돈이 많이 돌게 해 소비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가계부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 유동자금이나 부동자금은 부동산, 주식시장 등에 유입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따른다. 이자수익이 낮은 은행예금보다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곳에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자칫 집값 상승세를 부채질할 수 있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할 수 있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한은으로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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