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천지일보 2020.3.6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천지일보 2020.3.6

이인철의 경제분석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여야 정치권 상생방안보다 택시업계 표심 선택
글로벌 차량공유시장 급성장에도 국내는 제자리걸음

-핵심요약-

◆정치권 택시업계 표심 위해 혁신산업 좌초

정치권이 적극적인 중재로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기보단 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 표심을 잡기위해 혁신사업을 좌초시키고 더 나아가 170만 타다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
 

◆대기업들 국내포기하고 해외투자로 눈 돌려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규제, 불법 논란 속에 한국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이 발목 잡혀 있는 사이 한국 대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은 어떻게 상생할까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미국, 호주 등에 택시발전기금을 조성. 합법화하는 대신 호출 건수당 20센트의 기여금을 부과하는가 하면 호주는 일부 주에서 운송 1건당 1달러씩 징수해 기금을 조성해 택시업계 지원 및 교통인프라 구축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 인도, 동남아 등에서도 갈등 속에 택시업계와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며 윈윈하고 있다.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음달부터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운영을 중단한다. 앞서 법원은 1심에서 타다는 불법 콜택시가 아닌 합법적인 렌터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여야는 아예 법을 고쳐 타다 서비스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개정안은 심도 있는 토론과정도 거치지 않고 여야의 암묵적인 합의 속에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25만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한 채 1만 2000여명의 타다 운전기사와 수도권 170만 타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편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타다금지법’은 제2의 붉은 깃발법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 규제 혁신을 언급하면서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인용하며 금융권의 기득권과 낡은 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영국의 ‘붉은 깃발법’은 영국이 1860년대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 3㎞로 맞추도록 제한했다. 이 법 때문에 영국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산업이 시작됐지만 후발주자인 독일과 미국에 뒤쳐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국은 30년 동안이나 붉은 깃발법을 고수했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은 이와는 반대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타다는 현행 여객자동차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예외 조항에 따라 이용자에게 11~15인승 승합차를 빌려주면서 운전기사를 함께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타다 금지법은 이를 고쳐 관광목적으로 이용 시간이 6시간 이상을 사용하거나 대여·반납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만 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 현행 타다는 관광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단시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주무부서 수장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기존 택시업계와 타다와의 중재를 통해 상생방안을 모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타다가 플랫폼운송사업자로 등록하고 택시처럼 총량규제를 받고 면허권에 해당하는 기여금을 내면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가 대당 8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운수사업법에는 국내에서 플랫폼운송사업을 하려면 면허권에 해당하는 월단위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마차속도 3㎞에 맞추면 타다도 합법이라는 말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다음달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출시 후 1년 5개월 만에 사업을 접게 된 것이다. 170만 수도권 이용자들의 이용권이 제약을 받자 타다금지법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은 10일 현재 3700여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운송서비스업체 ‘타다’의 퇴출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운송서비스업체 ‘타다’의 퇴출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9

◆국내 규제에 막혀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

문제는 타다가 합법과 불법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기존산업과의 마찰이 발생할 때 적극적인 중재로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 표심을 잡기위해 혁신사업을 좌초시키고 더 나아가 170만 타다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규제, 불법 논란 속에 한국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이 발목 잡혀 있는 사이 한국 대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월 동남아 최대 차량호출기업인 싱가포르의 그랩(Grab)에 약 2억 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인도 2위 차량공유업체인 레브(Revv)에 1230만 달러, 인도의 차량호출 업체인 올라(Ola)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억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셈이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마고, 호주의 P2P 카셰어링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국내 투자는 진전이 없다. 현대차는 2017년 카풀 스타트업 ‘럭시’ 지분(12.2%)을 50억원을 투자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6개월 만에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하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SK는 2015년 국내 차량공유 서비스를 내세운 ‘쏘카'에 거액의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 미국 1위 개인 간 카셰어링업체인 ‘투로’에, 2018년 베트남의 ‘그랩’에도 투자를 이어갔다. 2018년 1월 SK가 쏘카와 함께 만든 해외 법인을 통한 현지 공략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SK와 쏘카가 각각 6대 4로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된 ‘쏘카 말레이시아’는 진출 1년 만에 현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네이버와 미래에셋은 2018년 공동출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1위업체인 싱가포르의 그랩에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규제 탓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국내기업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6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타다 운영사 VCNC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내달 1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역 앞에서 타다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 ⓒ천지일보 2020.3.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6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타다 운영사 VCNC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내달 1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역 앞에서 타다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 ⓒ천지일보 2020.3.11

◆신차시장보다 커지는 차량공유시장… 외국 사례는?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인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불법인 나라 코리아.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IT강국이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신성장산업이 기존산업과의 마찰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하는 동안 글로벌 차량 공유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오는 2040년 3조 3000억 달러(약 40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삼정KPMG는 2035년부터 완성차 수요가 연평균 4.4%씩 감소하지만 전 세계 공유차량 보유대수가 2040년에는 1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차량공유 시장은 오는 2025년 1970억 달러, 2040년 3조 30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자율주행차 주도의 차량호출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도 신차판매에서 차량공유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해외기업들이 속속 나오면서 데카콘(Decacorn)기업까지 등장했다. 데카콘이란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1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특히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은 해외 대표적인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이며,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들은 초고속 성장을 이루며 공유경제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차량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이츠(UberEats)’, 퀵서비스와 유사한 ‘우버러시(UberRush)’,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우버헬스(UberHealth)’와 같은 운송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도 사업초기에는 타다처럼 택시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들은 어떻게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의 해법을 찾았을까. 우버는 미국, 호주 등에 택시발전기금을 조성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경우 2016년 우버 등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합법화하는 대신 호출 건수당 20센트의 기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호주는 일부 주에서 운송 1건당 1달러씩 징수해 기금을 조성했다. 기여금은 택시업계 지원 및 교통인프라 구축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사업 초기 택시운전자에게 콜당 3~5위안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남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캡스 등과 같은 승차 공유 기업들도 모두 갈등을 겪으면서도 택시업계와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며 윈윈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이들 기업으로부터 타산지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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