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담소리는  경서도창(경기와  서도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노래)을  중심으로  짜인  소리극이다.  사진은  재담소리보존회  최영숙  이사장이  재담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8.8.24
재담소리는 경서도창(경기와 서도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노래)을 중심으로 짜인 소리극이다. 사진은 재담소리보존회 최영숙 이사장이 재담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8.8.24

경기와 서도지역 중심으로 전승

줄거리 있는 얘기, 관중과 호흡

해학•익살•풍자 등으로 풀어가
 

고종 때 박춘재 명창 통해 시작

신식문화에 밀려 점점 잊혀져

1999년 다시 세상에 공개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재담소리보존회 이사장인 최영숙(62) 명창은 재치 있는 손동작과 말투로 소리를 이어갔다. 한번 들으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귀가 더욱 솔깃해졌다. 줄거리가 있는 이 소리는 바로 ‘재담소리’다. 요즘 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뮤지컬이자, 개그 코미디와 비슷하다. 최 명창은 “재담소리는 대중과 호흡하는 종합예술”이라고 소개했다.

◆재담소리란?

재담소리는 경서도창(경기와 서도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노래)을 중심으로 짜인 소리극이다. 남도에는 ‘판소리’가 있고 서울에는 ‘배뱅이굿’이 있듯이 경기소리에는 ‘재담소리’가 있다. 최 명창은 “재담소리는 경서도창을 바탕으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해학과 익살, 풍자, 엇말, 곁말 등을 풀어가면서 소리와 아니리로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전통 종합연희예술”이라고 말했다.

재담소리의 종류는 줄거리가 있는 장편 ‘장대장타령’, 말장난으로 엮어가는 ‘장님타령’이 있는가하면, 생활재담으로 그 시절 시장배경을 잘 살려서 나타내는 단편 ‘장사치흉내’와 우리나라 굿놀이 중 조상신에 개 넋이 실려 넋두리하는 ‘개 넋두리’ 등이 있다.

이중 대표적인 재담소리 작품인 장대장타령은 구한말, 20세기 초 개화의 물결이 한창일 때 사대주의 사상을 타파하고 만인이 평등하기를 구가하며 만들어진 장편 이야기이다.

춘향전, 심청전 등 이전의 고전문학에서 보이는 인물과 달리 양반 출신의 장대장과 제일 천격인 무당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계급사회를 타파하고 개화된 현대문명으로 나아가자는 가치를 저변에 깔고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재담소리는 고종황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0년(광무4년)에 박춘재(1881~1948년) 명창은 궁내부가무별감의 직책을 받는다. 박춘재 명창은 젊은 시절 뛰어난 소리꾼으로 시대에 걸맞지 않는 재담에 능해 사람들이 모인 자리면 어느 때든 사람들을 웃겨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에 원각사, 협률사 등 신식극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동대문 전차 차고에 광무대 극장을 개설하고 개관기념 때 ‘장대장타령’이라는 제목을 붙인 소리극을 무대 종목으로 올림으로써 본격적인 무대종목으로서의 재담소리가 탄생했다. 일제강점기때취입된 음반에잡가와재담이남아있다. 하지만 이후 신식문화가 들어서면서 재담소리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갔다.

◆복원•재현된 ‘재담소리’

재담소리는  경서도창(경기와  서도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노래)을  중심으로  짜인  소리극이다.  사진은  재담소리보존회  최영숙  이사장이  재담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8.8.24
재담소리는 경서도창(경기와 서도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노래)을 중심으로 짜인 소리극이다. 사진은 재담소리보존회 최영숙 이사장이 재담소리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8.8.24

근 반세기 동안 사장됐던 정통의 재담소리가 다시 빛을 본 것은 1999년 11월 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다. 당시 백영춘 명창과 최 명창이 ‘장대장타령’을 복원·재현해 무대에 올렸다.

백 명창은 최 명창의 스승이다. 그는 이창배, 정득만 선생에게서 선소리산타령을 비롯한 경서도창을 전수받은 소리 사범이었다. 백 명창과 최 명창이 뜻을 모아 작품을 계승·보존한 지 10년 만에 ‘재담소리’라는 종목 명칭으로, 지난 2008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초대인간문화재백 명창의고집과열정으로 꽃 피운재담소리는 최근 몇년간 전승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최 명창이 재담소리 예능보유자로 인정되면서 안정적인 전승기반이 다져졌다. 현재 그를 중심으로 재담소리패 창단, 재담소리 전문 전승 공간 마련 등이 이뤄지면서 재담소리의 중흥을 이뤄내고 있다.

◆9월 전국 재담소리 경연대회

오는 9월에는 ‘제2회 전국 재담소리 경연대회’가 열린다. 최 명창은 “우수한 신인과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발굴해 재담소리를 굳건히 하고 저변을 확대하고자 대회를 열게 됐다”며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배경을 설명했다.‘대본 공모’도 진행된다.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과 동시에,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내용의 대본을 공모하는 것이다.

그는 “소리를 잘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사로도 얼마든지 재담소리를 이어 나갈 수 있다”라며 “누구나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재담소리이므로 국민 모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명맥이 끊겼던 재담소리가 다시 복원·재현됐고 문화재로도 등록됐다.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므로 원형은 원형대로 지키고 대중적인 면도 함께 가미해서 보존·전승하는데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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