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 햇살과 약속이라도 한 듯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청도 산야는 지금 그야말로 꽃천지다.

천지일보 탐방팀이 처음 발걸음을 향한 곳은
경상북도 청도군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琵瑟山(1,084m)

대구의 ‘어머니의 산’으로도 불리는 비슬산은
천혜의 지형과 따뜻한 기온, 맑은 물을 내주며 청도를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잠깐! 비슬의 어원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 이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그만큼 이 산이 주는 메시지가 흥미롭다.

인도 스님들이 산의 형세를 보고 감탄하여 ‘비슬’이라 이름하였고
이는 고대 인도의 신 ‘비슈누’(Vishnu)의 범어 발음으로 ‘덮는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우뚝하니 높이 솟아 주변을 품고 덮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 해서 소슬산(所瑟山), 수목에 덮여있는 산이라 하여 포산(苞山)으로도 불린다.

예부터 비슬산은 성인이 많이 배출되는 ‘인재의 땅’으로 알려져 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비슬(琵瑟) 한자 속에는 임금 왕(王)자 네 개가 담겨있다.

비슬산의 신령한 정기 때문일까? 실제 경북 일대에서 나라의 치리권자인 대통령이 세 명이 났으니 남은 한 사람의 왕은 누구일지 사뭇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오랜 세월을 몸에 아로새긴 비슬산. 그 장구한 세월만큼이나 이야기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비슬산 산신인 정성천왕에 얽힌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때는 칠불시대 중 하나였던 가섭불시대.
어느 날 정성천왕은 산봉우리에 셀 수 없는 성인들이 깃들어 빛을 발하는 꿈을 꾼다.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에 정성천왕은 “일천 명의 성인이 나올 때까지 성불을 유보하고 성인들이 나온 이후에 성불하겠다”고 부처님께 맹세하게 된다.

이 지역에 전해오는 여러 성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비슬산은
일연스님이 반평생 수도하며 삼국유사 집필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일천 명의 성인을 예언한 약속의 산, 더 넓게는 미래의 산.
비슬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머니의 넓은 가슴으로 자식을 품 듯
비슬산 자락에 삼태기 모양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은 청도(淸道).

예로부터 깨끗하고 선한 청도의 민심을
올곧은 선비정신을 지칭하는 ‘도불습유(道不拾遺)’에 빗대기도 했는데

이 같은 이유에서일까?
청도는 새마을 정신과 화랑정신의 발상지로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성지’로도 불린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라는 동요의 한 구절처럼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지천에 꽃 대궐을 이룬 과일나무가 풍성하고

이서국과 가야 등 청도와 관련된 보물과도 같은 얘깃거리가 속속 숨겨져 있는
정신문화의 보고(寶庫), 지상 낙원을 닮은 청도.

과거 신라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부족국가 이서국의 본거지이며
수많은 성인들을 배출한 청도의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맑은 길’이라는 지명이 가진 그 의미처럼
신은 하늘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곳에 필요한 정신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닐지.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룬 시작점이 청도는 아닐는지 말이다.

(영상취재/편집: 김미라 기자, 내레이션: 김일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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