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안거(夏安居) 결제 법어
진제스님 “‘어떤 것이 참나인가?’ 늘 의심해야”
혜초스님 “스스로 몸·마음 다스리는 주인 돼야”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오는 10일 하안거(夏安居)를 앞두고 불교 주요 종단 지도자들이 결제 법어를 발표했다.
조계종 종정(宗正, 종단의 최고 지도자) 진제스님은 “결제에 임하는 마음자세는 모든 반연(攀緣)을 끊고, 시비분별은 내려놓고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오직 대오견성(大悟見性)만을 목표로 해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는 다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장(戰場)에 나서는 장수(將帥)가 승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듯이 선불장(選佛場)에 임하는 수행자들은 이번 결제에 반드시 대오견성하고 말겠다는 의지와 용맹심을 먼저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님은 “간화선의 생명은 의심이니, 그 의심은 화두에 대한 믿음이 철저할 때 의심이 생기게 됨이라”며 “화두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하고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가나오나, 일체처일체시(一切處一切時)에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는 것이 화두참선의 시작이고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태고종 종정 혜초스님은 “임제선사는 ‘어디서나 주체성을 잃지 않으며, 주인공임을 자각하는 슬기로운 사람은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데, 그 자리가 바로 진리의 자리이다(隨處作主 入處皆眞)’고 했다”며 “즉 스스로 깨달음의 주체가 된다면, 지금 바로 이곳이 환희가 넘치는 진리의 세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런 맥락에서 수행자에게 자기를 찾는 것 보다 중요하고, 긴박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며 “부디 전국의 선방수좌들은 이번 하안거 정진을 통해 인간 삶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바깥경계(外物)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는 길을 목숨 걸고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거는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제도다. 우기(雨期)인 여름철에는 수행자들이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다가 폭풍우를 만나 피해를 입기도 하고, 또 이를 피하기 위해 초목과 벌레들을 살생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생명을 보존하고자 이 시기에는 아예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몰두하던 데서 안거가 유래됐다.
한국 불교에서는 음력 4월 15일 결제에 들어가 7월 15일 해제하는 하안거와 음력 10월 15일에 결제해 다음 해 1월 15일에 해제하는 동안거를 채택하고 있다. 몇 안거를 났느냐 함이 곧 승려의 수행이력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