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도민 의견 없이 재상정”
충북도 “정부·유족과 다시 협의”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종필)가 2025년도 충북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추모조형물 설치비 5000만원을 다시 한번 전액 삭감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충북도의회 예결위 현장 모습. (제공: 충북도의회) ⓒ천지일보 2025.11.25.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종필)가 2025년도 충북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추모조형물 설치비 5000만원을 다시 한번 전액 삭감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충북도의회 예결위 현장 모습. (제공: 충북도의회) ⓒ천지일보 2025.11.25.

[천지일보 충북=김홍진 기자]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종필)가 2025년도 충북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추모조형물 설치비 5000만원을 다시 한번 전액 삭감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회 추경에 이어 같은 예산이 연속으로 막히면서 도가 도민 의견수렴 없이 동일한 안을 재상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필 위원장(국민의힘, 충주4)은 25일 예결특위 회의에서 “도의회가 장소 적정성 문제로 예산을 삭감했음에도 도가 별도 절차 없이 예산을 다시 올린 이유가 무엇이냐”며 “같은 안을 반복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우기기와 다르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에 신성영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2회 추경 이후 유족, 의장, 건설환경소방위원회와 간담회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도청 안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유족과 합의가 이뤄져 이를 반영해 추경안을 편성한 것”이라며 “공청회는 유족이 완강히 반대해 추진하지 못했고 절차 없이 올린 점은 의원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 실장은 “우김이 아니라 유족과의 신뢰 문제”라고 강조했다.

추모조형물 설치 장소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사고 인근 공원이나 부지를 대안으로 검토했는가”라고 묻자 신 실장은 “2024년에 사고 현장을 유족에게 제안했으나 ‘그 지역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며 “유족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고 사고를 기억할 수 있으며 교육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도민 의견수렴 부재도 쟁점이 됐다. 김 위원장은 “도민의 공간에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도민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이 적절하냐”고 따져 물었고 신 실장은 “유족이 의견수렴 절차에 부정적이어서 도민 의견을 직접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도민 공간인데 도민에게 묻지 않고 진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거듭 비판했다.

국회 예산 소위에서 증액된 1억 8500만원의 용처를 둘러싼 질의도 나왔다. 신 실장은 “유족이 지난 7월 VIP 면담에서 요청한 추모공간 임차료로 파악된다”며 “월 1000만원 수준, 약 1억 2000만원 규모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결위원인 이동우 충북도의원(국민의힘, 청주1)은 중앙정부·충북도·유족 간 소통 혼선을 지적했다. 그는 “도는 조형물 설치 예산을 요구하고 행정안전부는 추모공간 임차료 예산을 확보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목적과 기준을 명확히 맞추지 않으면 유족 입장에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신 실장은 “유족이 심리치료, 추가 조형물, 추모공간 등 여러 요구를 해왔고 이를 반영해 행안부에 추진지원단이 구성됐다”며 “도는 행안부 지원단·유족과 매월 만나 협의하고 있으며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유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향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예결특위는 이날 심사를 마무리하며 건설환경소방위원회가 결정한 삭감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고 추모조형물 설치 예산 전액 삭감을 최종 확정했다. 다만 위원들은 유족과의 추가 협의, 도민 의견수렴, 도청 외 제3의 장소 검토 등 조건이 갖춰질 경우 내년 1회 추가경정예산에서 재논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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