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비리 1심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는 속도 조절 기류를 보이면서 대신 국민의힘의 ‘무차별 필리버스터’ 예고에 맞선 국회법 개정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들었다. 검찰 수사와 장·차관 고발 등 이미 사법 절차가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국정조사 단독 추진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는 대신, 연말 국회 일정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필리버스터 제한 입법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야당을) 만나봐야 알 것 같은데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장동 국정조사와 관련해 여야 협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저쪽(국민의힘)에서 (정성호) 법무장관이고 (이진수) 차관이고 고발까지 한 상황에서 국정조사까지 해야 하는가 (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며 고발·수사 진행 상황을 이유로 “고발 상황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한지 이야기가 나와서 (자체안) 단독처리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이 대장동 일당 1심 선고 이후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지자 ‘집단 항명’ 프레임을 씌우며 국정조사·청문회·특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던 강경 기조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읽힌다. 특히 정청래 대표가 검사들을 ‘겁먹은 개’라고 표현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원내 지도부는 역풍 가능성을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예고한 ‘비쟁점 법안까지 포함한 무차별 필리버스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원내대변인은 “지난주 기준 본회의 부의 예상 안건이 비쟁점법안 47건이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40여건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27일 본회의에만 80여건 안팎의 안건이 상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2월에 필리버스터가 예상되는 쟁점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서 27일 본회의까지도, 비쟁점 법안도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입장이라 원내에서 국회법(필리버스터 진행 개선)을 우선 개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필리버스터 참여 요건과 종결 요건을 동시에 강화·명문화하는 것이다. 재적 의원 5분의 1인 60명 이상이 실제로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으면 필리버스터가 자동 중단되도록 하고,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경우 12시간 이내에 종결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등 부수 법안은 물론,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안, 사법개혁 관련 법안, 상법 3차 개정안 등 각종 쟁점 법안들을 연내 처리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여투쟁의 일환으로 비쟁점 법안까지 포함한 장기 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연말 예산 정국과 입법 일정이 모두 꼬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셈이다.

국회 의사 진행 구조를 둘러싼 갈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의장이 지정하는 경우 사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아서 필리버스터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부의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해 본회의 운영이 장기 표류할 경우, 국회의장이 별도 사회자를 지명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 ‘의사진행 보이콧’ 자체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여당의 의사 진행 거부와 제1야당의 필리버스터가 맞물리면 국회가 완전히 멈춰 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진행하고 27일 본회의 의사일정과 대장동 국정조사 문제, 필리버스터 관련 쟁점 등을 일괄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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