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G20서 유럽 외연 넓히기… 프랑스 ‘가치·첨단’협력, 독일 ‘통일·안보’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프랑스·독일 정상과 연쇄 양자 회담을 진행하며 안보·경제·첨단기술·에너지 등 전방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불 수교 140주년과 한독 통일 경험을 축으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대중 전략·한반도 정세 등 국제 현안에 대한 인식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격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프랑스와 대한민국의 관계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하고 문화 분야든 경제 분야든 안보 분야든 첨단기술이든 각 분야에서 협력을 더 확고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군 참전을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이 남침으로 위기를 겪고 있을 때 파병해서 대한민국을 지원해 준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G7 캐나다 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았던 일화를 언급하며 당시 장면이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고 소개해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특별한 관계”라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말 각별한,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한·프랑스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자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올해 9월에 방한하려다 못했는데, 내년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인 특별한 해인 만큼 꼭 방한해주길 바란다. 국민과 함께 국빈으로 잘 모시겠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정식으로 초청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따뜻한 말씀과 초청에 감사드린다”며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내년 방한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협력 의제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수교 기념도 있지만 (양국이) 논의할 다양한 의제가 있다”며 “안보와 퀀텀, 인공지능(AI), 우주, 원자력발전,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안보 현안에 대한 한국의 역할도 언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대한 공약을 명백하고 일관성 있게 유지해 주신 점에 감사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등 프랑스에 있어 핵심 사안에 대해 그렇게 해주셨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통일’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뤄낸 독일 경험을 배워 대한민국도 그 길을 가야 한다”며 “독일이 먼저 간 길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독일의 경험으로 배울 게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숨겨놓은 노하우가 있으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 대통령의 ‘노하우’ 발언에 웃으며 “비밀 노하우는 없다”며 “한반도와 주변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이웃인 북한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 “대한민국의 대중국 인식도 궁금하다. (독일이) 대중국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말하며 중국을 둘러싼 안보·경제 환경과 관련해 한국의 시각을 묻기도 했다.

양 정상은 제조업 강국이자 분단 경험을 공유하는 한·독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메르츠 총리는 “한독 간 이미 좋은 양자 관계를 가지고 있고, 매우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증대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앞으로 에너지·핵심광물 협력 등 공동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유럽의 방산 역량 강화 흐름 속에서 ‘방산 강국’ 독일과 한국 기업 간 협력 심화 가능성도 모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